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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롱(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아요."
황재균은 자신의 땅이던 3루 자리를 내주게 됐다. FA 3루수 허경민이 가세하며 이강철 감독이 일찌감치 교통정리를 했다. 수비에서 허경민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제 황재균의 나이도 38세. 순발력이 떨어지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다.
1루로 갈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잠재력을 폭발시킨 문상철이 버티고 있다. 이 감독은 황재균이 1루, 2루, 3루, 유격수에 좌익수까지 소화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재균의 타격 능력을 버릴 수 없으니 그가 팀이 필요한 어떤 자리에든 들어가 그 능력을 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황재균은 "지금 나에게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운동하고 있다. 선수들의 이동이 있을 때부터 나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 맞춰 몸을 만들어야겠다 그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솔직히 3루, 1루만 본다고 하면 체중을 줄이지 않아도 됐다. 그렇지만 이제는 유격수, 2루수로도 뛰어야 하기 때문에 감량을 통해 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생소한 포지션들이지만 자신감은 충분하다. 황재균은 "2루는 대표팀에서도 해보고, 수비 연습 때 많이 했다. 전문적으로 해야하는 건 캠프에서 보완해야 한다. 박기혁 수비코치님과도 얘기를 많이 하며 연습을 하고 있다. 좌익수 자리도 감독님이 시키시면 나가서 하면 된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메이저리그,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밀리고 자기 자리 없이 뛴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황재균은 "경민이가 오며 내가 한 자리에 정착해 시합을 뛰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스스로 받아들이고, 시합을 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자존심 부리면 부릴 수 있었겠지만,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 아니다. 일단 선수는 시합에 나가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내가 작년에 못했다. 스스로 책임지고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오히려 지금은 다양한 포지션으로 뛰게 된 게 FA를 앞두고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더 잘된 일이다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재균은 마지막으로 "올해는 내가 시합을 몇 경기 나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치로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힘들다. 지금은 모든 포지션을 다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질롱(호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