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 목표? 가을야구다. 가을 무대에 내가 주전으로 뛰는 것, 그것 뿐이다."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직접 영입한 김태형 감독조차 예상치 못한 놀라운 터닝포인트였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은 지난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선수 중 한명이다. LG 트윈스 시절, 부상으로 거듭된 기회를 놓치며 어느덧 나이 서른이 된 '노망주' 취급을 받았다.
시카고 컵스 출신, 국내 복귀 후 독립리그를 거쳐 프로에서 새 출발한 경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듯 했다.
하지만 '150㎞ 사이드암' 우강훈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손호영은 완전히 달라졌다.지난해 타율 3할1푼7리 18홈런 78타점, OPS(츨루율+장타율) 0.896, 말 그대로 기념비적인 한 해를 보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팀내 350타석 이상 친 선수들 중 홈런-장타율 1위, 타율 3위, OPS 2위, 최다안타 5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말 그대로 혈이 뚫리면서 잠재력을 터뜨린 맹활약이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올해도 시작이 좋다. 지난 대만 WBC 대표팀과의 친선경기 1차전에서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짜릿한 '손맛'을 봤다. 2025시즌을 준비하는 롯데의 명실상부 중심타자다.
팀을 옮기면서 심기일전 했고, LG와 다른 팀 내 환경 덕분에 조급한 마음을 한 스푼 덜어낸 것이 성공 요인이다. 여기에 손호영은 한 가지를 더했다. '롤모델' 전준우의 존재다.
"내 타격 스타일이 (전)준우형과 잘 맞는다. '저렇게 치면 이세상 모든 공을 다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LG에 있을 때도 준우형 영상을 찾아보고 그랬다. 타석에서의 자세, 특히 리듬을 맞추는 게 남다르다. 롯데 와서 준우 형한테 많이 배운 포인트다. (롯데에서의 호성적은) 이끌어준 준우 형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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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은 비시즌 롯데 구단이 주선한 일본 훈련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체력이 떨어질 때 부상이 온다'는 말은 손호영에겐 금과옥조다.
다만 손호영은 "캠프 첫날 '(비활동기간 중) 준비를 잘해왔더니 힘들지가 않다'고 호언장담 했다. 하지만 금세 아니란 걸 알았다. 큰 실수였다"며 강도높은 훈련이 이어졌음을 암시했다.
타이난에서의 롯데 캠프는 경기가 있을 때를 빼면 3일 훈련, 하루 휴식으로 진행됐다. 아침 일찍부터 훈련이 시작되고,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야간훈련에는 야수조 전원이 참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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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데는 없으니 괜찮다. 지금 훈련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거니까. 대신 쉬는 날은 숙소에서 푹 쉰다. 어디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올해라고 달라질 게 없다.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뛰면 된다."
LG 시절에는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했다. 구본혁과 이영빈이 없는 동안 유격수 백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손호영은 "솔직히 유격수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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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이 있을 때도 LG는 가을야구 단골이었다. 하지만 정작 손호영 자신이 제대로 뛴 무대가 없다.
2023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손호영도 그 무대에 섰다. 하지만 손호영의 기록은 2경기 대주자 출전, 볼넷 1개가 전부다.
"내가 잘하면 우리 팀이 가을야구와 좀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런 위치가 됐다. 가을 무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