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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런 플레이가 반복되면 메이저리그에 살아남을 수 없다.
1루 주자로 나가서는 허무하게 투수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타석에는 리그 전체에서 가장 무서운 레벨의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가 서 있었는데, 견제사로 인해 이닝이 강제종료됐다. 유격수로서는 백핸드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런 플레이 이후 나온 타석에서는 허무하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긴장감을 떨어내지 못한 전형적인 '초짜'의 모습이다. 이를 본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김혜성은 7일(이하 한국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9번 2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지난 4일 빅리그에 깜짝 승격한 이후 네 번째 경기이자 전날에 이은 두 번째 선발 출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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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기어코 안타를 치며 '2경기 연속안타'를 달성했다.
5회 2사 후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한 김혜성은 이번에는 콴트릴 공략에 성공했다. 볼카운트 2B2S로 6구까지 갔다.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콴트릴은 7구째에 89.5마일 짜리 커터를 던졌는데, 김혜성이 노리고 있었다. 가볍게 배트를 돌려 타구를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중견수 앞까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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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빅리그 장기 체류' '1군 멤버 합격' 등의 희망찬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하지만 야구는 '끝까지 해봐야 아는' 스포츠다. 2경기 연속 안타로 희망을 전하던 김혜성은 이후 좋지 않은 플레이를 계속 보여줬다.
김혜성이 중전안타로 1루에 나간 뒤 타석에는 다저스 간판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들어섰다. 다저스 팀내 홈런 1위이자 내셔널리그 공동 2위를 기록 중인 무서운 타자다. 스코어는 1-0 리드. 오타니의 장타면 추가점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는 1루 주자가 얌전히 오타니의 타격을 기다리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김혜성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1루 베이스에서 리드가 너무 멀어졌다. 마이애미 선발 콴트릴이 이런 김혜성의 방심을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견제구를 던졌다. 김혜성은 허를 찔린 듯 급히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를 터치했다.
1루심의 첫 판정은 세이프. 김혜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마이애미 벤치에서 챌린지를 요청했다. 심판진이 비디오 리뷰를 했고, 결국 태그 아웃으로 판정을 바꿨다. 느린 화면상으로 확실히 마이애미 1루수 맷 머비스의 미트가 김혜성의 팔에 먼저 닿았다. 결국 오타니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이닝이 종료됐다.
6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오타니가 곧바로 시즌 10호 홈런을 치는 바람에 김혜성의 주루사는 더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박빙의 리드를 여유있게 벌릴 수 있는 기회를 김혜성의 안일한 주루 플레이가 날렸기 때문이다.
이후 김혜성은 자신감을 잃은 듯 좋지 못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5회초가 허무하게 끝난 뒤 맥스 먼시, 프레디 프리먼이 김혜성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위로해줬지만, '초짜 빅리거'의 마음은 안정이 되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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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글러브를 뻗은 것까지만 좋았다. 공을 포켓에 제대로 넣지 못하고, 한번 떨어트렸다. 재빨리 다시 잡았지만 이미 모든 주자게 세이프 된 상황. 실책이 아닌 내야 안타로 기록됐지만, 처음 시도에서 백핸드로 잘 잡았더라면 선행주자라도 잡아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모름지기 빅리거 유격수는 이런 타구를 잘 처리해야 한다. 미국 진출 초기 김하성이 금세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도 이런 수비에서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김혜성은 단순히 어려운 타구 하나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게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흘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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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이날 커리어 두 번째 메이저리그 선발 경기를 맞이해 4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타율은 0.375(8타수 3안타)가 됐다. 수치상으로는 괜찮은 경기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기 후반에 연속적으로 나온 견제사와 불안정한 유격 수비, 엉성한 타격은 분명 김혜성에 대한 다저스 벤치의 평가에 뚜렷하게 반영될 것이다. 이런 부정적 평가가 누적 될수록 메이저리그 잔류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다음 경기에서 확실하게 만회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김혜성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