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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안한거 후회해" 그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야구 역사도 바뀌었을까?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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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4 12:24 | 최종수정 2025-05-14 14:26


"해외 진출 안한거 후회해" 그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야구 역사도 …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 SSG 최정이 NC 선발 라일리 상대 투런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13/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금 와서는 후회를 많이 하죠."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500홈런에 도달한 '살아있는 전설' SSG 랜더스 최정. 그는 통산 홈런 1위(500홈런)에 최다 안타 6위(2278안타), 최다 타점 2위(71타점), 최다 득점 1위(1468득점) 등 주요 타격 기록 대부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있는 대단한 타자다. 한 타석, 한 경기가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대기록. 고졸 신인으로 2005년 프로에 데뷔했던 그가 20년 넘게 성실하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누적했기 때문에 달성한 영광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정은 통산 기록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끄러워한다.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그가 딱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사실 하나. 바로 '해외 진출'이다. 최정은 "제가 해외 진출을 안해서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해외 진출로 인해 공백이 있었던 선수들은 KBO 통산 기록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손해 아닌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기록 경쟁자들의 누적 스탯이 자신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해외 진출 안한거 후회해" 그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야구 역사도 …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 SSG 최정이 NC 선발 라일리 상대 투런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13/
최정은 해외 진출을 하지 않고 KBO리그에서 최정상급 타자로 뛰어왔다. 사실 최정 정도의 실력을 갖춘 타자 중에 해외 진출 혹은 진출 시도를 아예 하지 않은 선수는 드물기는 하다. 과거에는 KBO리그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었다. 몇몇 도전자들이 있었지만, 도전의 수준에서 그쳤고 류현진이 비로소 문을 열었다. 리그 최정상급 선수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케이스다.

류현진 이후 한차례 열풍이 불었다. 타자들 중에서는 1987년생 강정호와 1986년생 박병호가 포문을 열었다. 둘 다 히어로즈 소속으로 뛰다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었다. 그 이후 1987년생 황재균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진출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손아섭, 김재환, 나성범 등이 미국의 문을 두드렸었다. 지금은 이정후, 김혜성이 KBO리그 출신 타자로 당당하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해외 진출 안한거 후회해" 그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야구 역사도 …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 SSG 최정이 NC 선발 라일리 상대 투런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13/
최정보다 선배인 선수들 중에서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라이온킹'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메이저리그가 아닌, 일본으로 향했고 일본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뛰었다. 이대호 역시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1시즌을 뛰고 국내에 복귀한 후 은퇴했다.

최정이 언급한 해외 진출 여부에 따른 기록의 차이도 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이승엽의 경우, 최정이 지난해 이승엽의 기록인 467홈런을 깨고 신기록을 세웠지만 한·일 통산 기록으로 따지면 626홈런 보유자다. 물론 리그의 수준 차이까지 감안하면 간극은 좀 더 날 수도 있다. 현역 최다 2위이자, 통산 3위 기록 보유자인 박병호는 KBO 통산 412홈런을 기록했으나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간 뛰면서 12개의 홈런을 쳐낸 바 있다. 홈런 뿐만 아니라 타점이나 안타, 타율 등 다른 기록들도 조금씩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 안한거 후회해" 그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야구 역사도 …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 SSG 최정이 NC 선발 라일리 상대 투런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13/
무엇보다 최정 스스로가 이제는 해외 진출에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최정은 13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500번째 홈런을 기록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하지 않은 것을)후회 한다. 기회도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큰 벽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한국 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마치 남 일 같았다. 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여러 문제 때문에 못갔었다. 지금 와서는 후회를 많이 한다. 지금은 많이들 해외에 도전하고, 정말 멋있다. 제가 어렸으면 거기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미련을 드러냈었다.


"해외 진출 안한거 후회해" 그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야구 역사도 …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 SSG 최정이 NC 선발 라일리 상대 투런포를 터뜨린 뒤 김광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13/

지금이야 과거의 선배들을 발판 삼아 후배들도 실력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지만, 최정이 20대였던 10여년 전만 해도 '무모'에 가까운 도전으로 봤었다. 큰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타격 연구에 집중하는 최정의 성향 또한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정이 쌓은 대기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프로 데뷔 후 2년차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전이 아닌 적이 없었고, 그 누구와의 경쟁에서 밀린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리그 톱 타자라는 사실이 더더욱 대단하다. 해외에 진출한 다른 레전드 선수들보다도 최정의 시계는 유독 더 느리게 흘러간다. 순수 국내파로 쌓은 대기록에 큰 자부심을 충분히 가져도 될 것 같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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