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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얼어서" 명장 선입견 뒤엎었다…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왜 '금'처럼 빛날까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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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9 22:22


"어릴 때는 얼어서" 명장 선입견 뒤엎었다…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왜 '…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 8대2로 승리한 롯데 김태형 감독이 전민재를 맞이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25/

"어릴 때는 얼어서" 명장 선입견 뒤엎었다…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왜 '…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키움전. 5대0으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린 롯데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1/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두산에 있을 때는, 어릴 때는 얼어서 제대로 하지를 못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올 시즌 유격수 전민재(26)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김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황금기를 이끌던 2018년. 전민재는 그해 대전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4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신인이었다. 전민재는 입단 당시 수비력은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타격이 1군에서 뛰기에는 부족했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백업 선수들을 한번씩 1군에 올려 시험할 때 전민재를 봤다. 여느 어린 선수들처럼 1군에서 꾸준히 기용하기에는 자기 플레이를 못하는 게 눈에 보였다. 당시 두산 내야의 주축이었던 김재호(은퇴)와 허경민(kt 위즈)을 밀어내기는 역부족. 결국 군 문제부터 해결하고 돌아왔는데,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22년까지 5년 동안 1군 58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 감독이 2023년 야인으로 지내다 2024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사이 전민재는 두산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내야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두산은 적극적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1군 출전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도록 했다. 전민재는 팀의 이런 기조 아래 지난해 무려 100경기를 뛰었다. 한 시즌 1군 35경기 출전이 가장 많았던 선수에게 일어난 엄청난 변화였다.

전민재가 지난 시즌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타격이 있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46(248타수 61안타), 2홈런, 32타점으로 평범해 보일 수 있으나 점점 타격에 눈을 뜨고 있었다.

전민재는 지난해 타격이 좋아진 배경과 관련해 "크게 다른 시도를 한 것은 없다. 무조건 정확히 방망이에 맞히자는 이런 생각으로 치고 있다"고 했다.


"어릴 때는 얼어서" 명장 선입견 뒤엎었다…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왜 '…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7회초 2사 2루 롯데 전민재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질주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26/

"어릴 때는 얼어서" 명장 선입견 뒤엎었다…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왜 '…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 7회말 2사 정수빈의 깊은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킨 유격수 전민재가 나승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25/
덕분에 전민재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전민재와 필승조 정철원을 롯데에 내주면서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받는 2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전력 보강 측면에서 롯데는 불펜 보강이 절실했기에 정철원 영입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정철원은 기대대로 필승조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는데, 전민재가 롯데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지는 김 감독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전)민재가 이 정도로 할 줄은 몰랐다. 내가 두산에 있을 때는 어릴 때라 얼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개막과 함께 전민재가 타석에서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특히 유격수로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면서 김 감독의 선입견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김 감독은 전민재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에 전민재를 언급하며 칭찬할 정도다.

전민재는 33경기에서 타율 0.392(102타수 40안타), 2홈런, 16타점, OPS 0.947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가 현재 공동 2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헤드샷 부상으로 안구내출혈이 발생하는 바람에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지난 17일 복귀하자마자 9타수 4안타(1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부상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전민재는 현재 타격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지만, 김 감독은 수비를 더 칭찬한다. 김 감독은 "수비 움직임에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잘해 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평소 유망주들을 이야기할 때 "금은 금이고 동은 동이다. (금이라도) 못 올라가는 선수들도 있지만, 올라가면 금이 된다. 동인데도 좋아서 경기를 뛰는 선수가 있어도 금까지는 잘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김 감독은 전민재가 금이었는지 동이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요즘 타석에서 가장 반짝 반짝 빛나는 선수가 전민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릴 때는 얼어서" 명장 선입견 뒤엎었다…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왜 '…
1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무사 전민재가 안타를 친 후 축하받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8/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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