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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수원 현장]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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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2 11:30 | 최종수정 2025-05-22 13:40


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
KT가 KIA를 3대1로 꺾은 후 이강철 감독이 선수를 향해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수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이강철 감독은 왜 그랬을까?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이 보인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연은 5회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
5회초 2사 2, 3루 한준수 타석에서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2-1로 쫓긴 5회초 2사 2, 3루 한준수 타석.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 감독은 '1루가 비었으니 한준수를 거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한준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고영표를 상대로 6타수 3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도 2회 첫 타석에서 볼넷,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고영표를 괴롭혔다.

그러나 고영표-장성우 배터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준수를 쉽게 내보낼 순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자 이 감독도 흔쾌히 자기 주장을 거둬들인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고영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 배터리는 어렵게 가자고 했다. 안타를 맞긴 했지만, 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볼넷이 되더라도 김호령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대라 그렇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견을 거절한 배터리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
힘 있게 돌아간 한준수의 배트. 이강철 감독의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다.
어렵게 승부를 가져간 고영표가 볼카운트 3-1로 몰렸고, 5구째 던진 몸쪽 직구를 한준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당겼다. 강습 타구가 1루 파울라인 위쪽으로 날아가며 KT 벤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다행히 라인 쪽에 붙어 수비하던 1루수 문상철이 타구를 점프해 잡아내며 상황 종료.


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
가슴 쓸어내리는 제춘모 투수코치. 이 감독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을 듯.
허리를 젖히며 아쉬워한 한준수와 가슴을 쓸어내린 KT 벤치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고영표-장성우 배터리의 선택이 옳았다.


KIA의 추격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 고비를 넘긴 고영표는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단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수는 94개에 불과했다. 손동현과 박영현이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KT가 3-1로 승리했다. 고영표는 지난달 20일 고척 키움전 이후 5경기 만에 승리를 따내며 시즌 3승(4패)을 거뒀다.


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
선수에게 고개 숙인 사령탑의 리더십이 빛난 순간
승리 후 그라운드에 나온 이강철 감독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 맨 앞에서 들어오던 장성우 포수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한 것. 뒤에서 지켜보던 김태한, 이종범 코치가 놀랄 정도로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반기 든 선수에게 고개 숙인 명장, 코치들도 놀랐다 '이유가 뭘까?' […
'거르자'는 의견을 '거절'한 선수를 향해 사령탑이 보여준 존중과 감사의 인사. 매 시즌 소리 없이 강한 KT 위즈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의 존경받는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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