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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포기를) 생각은 많이 했죠. 2군에서 계속 (나이) 한 살 한 살 먹는데 이렇게 계속 야구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오선우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0경기에서 타율 0.316(95타수 30안타), 3홈런, 13타점, OPS 0.830 맹타를 휘두르는 동시에 외야수와 1루수로 손색없는 수비도 펼치며 나성범(종아리 햄스트링)과 패트릭 위즈덤(허리 통증)의 빈자리를 살뜰히 채웠다.
이 감독은 "(오)선우는 퓨처스에 있을 때도 워낙 공격력은 좋았다. 공격력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수비 포지션에서 소크라테스가 (지난해까지) 좌익수로 있었으니까. 좌익수 아니면 1루수였는데, 그런 손해를 보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퓨처스에서 수비를 탄탄히 잘 만들었고, 내가 (퓨처스에) 있을 때도 1루 수비는 상당히 수준급이었다"며 잘 준비된 선수가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았다고 바라봤다.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4-4로 맞선 7회말 1사 1, 3루 위기에서 팀을 구하는 홈 보살까지 해냈다. 좌익수로 나선 오선우는 김성윤의 타구를 잡은 뒤 곧장 홈으로 강하게 던졌다. 삼성 3루주자 이재현 역시 홈으로 빠르게 쇄도하려 했으나 공이 더 빨리 홈에 도착해 태그아웃됐다. 병살로 이닝 종료. 덕분에 KIA는 8회 김도영의 투런포 포함 3점을 더 뽑으면서 7대6으로 신승해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이날 승리의 공신으로 호수비를 펼친 오선우를 꼽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선우는 "나도 여기서(1군에서) 이렇게 할 수 있구나. 그런 것을 느끼긴 했다. 아직까지 내가 무언가를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일단 초반이니까. 어떻게 길게 최대한 유지를 할 수 있을지 그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부상자와 부진한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힘든 시즌 초반을 보낸 KIA. 오선우가 새로운 활력소가 돼서 베테랑 최형우를 거들지 않았다면, 현재 중위권 싸움도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KIA의 희망으로 떠오른 오선우가 지난 6년 동안 2군에서 버틴 시간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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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한 2군 스태프를 향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오선우는 "2군에서는 도움을 안 주는 분이 없다. 2군 코칭스태프나 감독님, 2군 운영팀장님, 고참들까지. 고참들은 한번씩 찾아와서 '조금 더 버텨보자' 그렇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신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가족은 오선우만큼이나 1군에서 활약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오선우는 요즘 효도를 제대로 하고 있다.
오선우는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신다. 지금이 계속돼야 한다. 지금 잠깐 한다고 만족은 못 한다. 부모님이 격려나 그런 말은 안 하신다. 조심스러워하신다. 나도 이제 나이가 있고 하니까. 그냥 열심히만 아프지만 마라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밝혔다.
오선우는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한번도 치른 적이 없기에 체력 관리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여름을 잘 버텨야 시즌 끝까지 흐름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 오선우는 스프링캠프 때 102㎏까지 몸무게를 찌웠는데, 현재 93㎏까지 빠져 조금 걱정을 하고 있다.
오선우는 "체중이 점점 빠지더라. 안 빠지게 유지하려 하고 있고, 트레이닝이나 치료를 받으면서 컨디션을 최대한 유지하려 하고 있다. 체중이 빠지는 게 원래 심해서 겨울에는 어떻게든 찌운다. 시즌 중에 엄청 빠지기 때문에"라며 어떻게든 90㎏대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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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