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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뛰게 할 수는 없다. 팀 승리만 생각하다 다쳤다. 안타깝다" 이범호 감독은 왜 김도영의 도루를 막지 못했을까 [광주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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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8 16:23 | 최종수정 2025-05-28 16:27


"못 뛰게 할 수는 없다. 팀 승리만 생각하다 다쳤다. 안타깝다" 이범호…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개막전, 3회말 KIA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1루에 나서다 다리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도영은 윤도현과 교체됐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2/

[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안 뛰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계속 했는데, 김도영은 팀 생각을 하다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간판 타자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 재발에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도영은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도중 도루에 성공한 뒤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았다. 햄스트링 부상이 의심되는 장면.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김도영은 27일 곧바로 구단 지정병원에 가 MRI 검진을 받았고, 햄스트링 손상 소견을 들었다. KIA 구단은 28일 교차 검진까지 진행했는데, 달라진 건 없었다. 2도 손상 확진.

김도영은 올해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힘든 시간을 보냈다. 1달이 넘는 시간 동안 치료와 재활에만 몰두했다. 지난해 믿기 힘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KBO리그 최고 스타로 떠오른 김도영의 부재는, KIA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김도영은 4월 말 돌아왔고, 1달을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난 주말 4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부상 재발에 참던 도루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못 뛰게 할 수는 없다. 팀 승리만 생각하다 다쳤다. 안타깝다" 이범호…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 1회초 1사 2루 KIA 김도영이 적시타를 치고 3루로 뛰다 KT 3루수 권동진과 충돌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22/
하지만 그 도루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이었다. 왜 오른쪽을 다쳤는지 정확한 원인까지 분석하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왼쪽 다리가 완전치 않은 가운데 그 쪽을 신경쓰며 플레이하다 오른쪽으로 부하가 쏠렸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8일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 얘기에 한숨부터 쉬었다. 안그래도 27일 경기를 앞두고 김도영의 도루에 대해 "웬만하면 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부상 재발을 염려했던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어제 경기장에서 걸어나올 때는 심하지 않은 걸로 봤는데, 검진 결과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첫 번째 다쳤을 때보다 손상이 더 있어서, 그 때보다 복귀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 본다. 복귀 날짜는 뭐라고 예측하기 힘들다. 4주 후 검진을 해봐야, 그 때 복귀 날짜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도영의 첫 번째 부상은 1도 손상이었다. 이번에는 더 심한 2도 손상이다.


"못 뛰게 할 수는 없다. 팀 승리만 생각하다 다쳤다. 안타깝다" 이범호…
14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3회말 1사 1,2루 KIA 김도영이 병살로 물러난 후 장비를 벗어내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14/
이 감독은 최근 계속해서 김도영의 햄스트링 얘기가 나오면 도루 자제에 대한 얘기를 완곡하게 해왔었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감독이 김도영에게는 직접적으로 자제를 해줄 것을 누차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도영의 승부욕이 결국 화를 불렀다.

감독들은 주루 플레이에 있어 '그린 라이트', '레드 라이트'를 준다. '그린 라이트'는 선수가 알아서 뛰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레드 라이트' 사인이 나오면, 선수는 뛰면 안된다. 이 감독은 왜 더 강력하게 김도영의 도루 시도를 막지 못했을까.


"못 뛰게 할 수는 없다. 팀 승리만 생각하다 다쳤다. 안타깝다" 이범호…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과 KIA의 경기. 4-4. 8회말 1사 1, 2루. 직접 마운드에 나서는 KIA 이범호 감독.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5.24/
이 감독은 "선수에게는 계속 얘기를 했다. 도루를 하면 햄스트링이 다시 안 좋아질 수 있기에 아끼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김도영이 팀 생각만 한 듯 하다. 팀이 이겨야 하니까 뛰었다. 간절한 마음이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선수는 그저 열심히 했다.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 플레이를 하다 나온 부상이다. 나도 안타깝다. 김도영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선수에게 계속 '레드 라이트'를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부상이 예상이 된다면, 뛰기 전에 다칠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선수도 안 뛰고, 코칭스태프도 말렸을 것이다. 예상을 하기 힘든 부분이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제자지만 프로 선수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다 간섭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완곡하게, 계속해서 부탁하다시피 얘기를 했지만 김도영의 의욕과 열정이 너무 넘쳤다. 이 감독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렇게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 이 감독, 김도영, KIA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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