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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멀스는 김현재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알려주고 투구를 지켜본 뒤 "오케이"를 외쳤다.
추신수(42) SSG 구단주 보좌역은 기분 좋게 웃었다.
SSG는 11일 2군 훈련장인 인천 강화군 SSG퓨처스필드에 MLB 아드리안 벨트레와 해멀스를 초청했다.
이들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함께 뛴 추신수가 해멀스와 벨트레에게 '퓨처스 선수단을 위한 멘토링'을 부탁했고, 둘은 흔쾌히 응했다.
왼손 투수 해멀스는 MLB 통산 423경기에 등판해 163승 122패, 평균자책점 3.43을 올렸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뛴 2008년에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누렸다.
10일 입국해 추신수와 '한식 저녁 식사'를 한 해멀스는 "한국 음식이 입에 맞는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한국에 처음 왔는데 높은 건물들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더 인상적인 건, 한국 선수들이었다.
필라델피아 구단 특별 고문으로 일하는 해멀스는 "스프링캠프에서 마이너리그 투수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곤 한다"며 "오늘 한국 선수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선수들의 배우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필라델피아 구단에도 한국을 찾아 선수를 직접 보는 스카우트들이 있다"며 "나도 좋은 기회를 얻어 한국 야구를 직접 봤다. 우리 구단도 나의 한국 방문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SSG 퓨처스팀 투수들은 적극적으로 해멀스에게 질문했다.
해멀스는 SSG 투수들에게 "공의 크기는 같지만, 선수들의 손은 저마다 다르다.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손을 공 어디에 올려놓고, 어디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종 한 개를 연마하려면 정말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지식을 쌓고, 자신감만 가지면 새로운 구종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재는 "해멀스가 체인지업 그립 잡는 법을 알려줬다. 내가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씩 설명해주셔서 좋았다"며 "MLB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레전드에게 코칭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한두솔도 "나는 해멀스에게 슬라이더와 커터 그립을 배웠다. 해멀스가 '직구처럼 아래로 긁어서 던져보라'라고 조언했다"며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상황에 맞는 대처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알고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적극적으로 실행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해멀스에게도 힘겨운 시간은 있었다.
하지만, 고통은 성공을 불렀다.
그는 "2004년에 팔이 부러져 팔 안에 철심을 박았다. 수술받고 재활을 마무리한 뒤에 공의 회전력이 더 좋아졌다"며 "어린 시절에 했던 노력,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극복하는 과정 등이 MLB 선수로 긴 시간 활동하는 데에 밑거름이 됐다. 시련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해멀스는 2015년 8월 텍사스로 이적해 2018년 7월 시카고 컵스로 떠날 때까지, 약 3년 동안 추신수와 함께 뛰었다.
지금은 추신수와 '이웃사촌'이다.
해멀스는 "텍사스로 트레이드됐을 때 추신수와 같은 동네로 집을 구한 걸 모르고 있었는데, 퇴근길이 겹치고 주로 가는 상점이 같아서 서로의 집 위치를 알게 됐다. 내 장남과 추신수의 막내아들이 동네에서 함께 팀을 꾸려 야구를 하기도 했다"며 "현역 시절 추신수는 '개인이 아닌 팀이 이기는 법'을 강조한 선수다. 은퇴 후에도 추신수의 가족과 우리 가족이 잘 지낸다"라고 둘 사이의 친분을 설명했다.
추신수가 한국 방문을 요청했을 때도 해멀스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언제든 가겠다"라고 답했다.
해멀스는 12일 SSG 퓨처스 선수단을 상대로 강연하고, 13일에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팬 사인회도 연다.
이번 한국 방문의 마지막 일정은 14일 추신수 은퇴식 참석이다.
해멀스는 "필라델피아 스카우트들과 또 한국을 찾을 수도 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