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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금까지는 완벽한 영웅서사의 플롯이다.
이정후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연패탈출을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6대5로 승리하며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특히 이정후는 3루타와 2루타, 단타를 차례로 치며 사이클링 히트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일으켰다. 비록 홈런이 나오지 않아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하진 못했지만, 5~6월의 극심한 타격 난조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활약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5월 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무려 57일만에 나온 올해 5번째 트리플히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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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이던 4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역시 켈리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켈리의 6구째 체인지업(88.5마일)을 제대로 공략했다. 패스트볼에 이어 체인지업까지 강하게 받아쳤다. 어쩌면 켈리를 만난 것이 이정후에게는 행운이었을 수도 있다. 이미 KBO리그 시절부터 켈리는 이정후의 '안타 자판기'였기 때문이다. 상대 타율이 무려 0.467(15타수 7안타)나 됐다.
초반 두 타석에서 연달아 장타를 날리자 이정후의 자신감은 4월 좋았던 시기로 돌아갔다. 이후 이정후는 1루쪽 강습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뒤 볼넷과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연장 10회초에는 2루 주자로 미리 나갔다가 엘리엇 라모스의 내야안타, 베일리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팀의 승리를 직접 쟁취했다.
이로써 이정후의 타율은 0.246(313타수 77안타)로 상승했다. 2할4푼 붕괴마저 우려됐지만,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페이스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타율은 회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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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모처럼 3안타 경기에 현지 매체들도 흥분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는 시즌 초 자이언츠 타석 폭발의 중심에 잇었다. 그러나 6월 중순 이후 팀 하락세와 맞물려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6월 16일 이후에는 타율이 불과 0.075(53타수 4안타)에 그쳤다'면서 '7월이 되자 이정후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팀을 이끌었다. 홈런이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치면서 파워풀한 공격을 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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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정후는 결국 스스로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3일 애리조나전처럼 3안타 경기가 계속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꾸준히 안타 1개씩이라도 이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연속경기 안타를 이어가면서 간간이 멀티히트 경기도 펼쳐간다면 2할 후반대 타율 복귀는 시간 문제다.
산술적으로 향후 100타석 동안 이정후가 35안타를 추가한다면 시즌 타율을 0.271(413타수 112안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수준급 타자라 할 만 하다. 현재 기준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157명의 메이저리그 타자 중 50위권에 해당하는 타율이다.
불가능한 목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4월처럼 치면 된다. 이정후는 지난 4월 한 달간 26경기에서 102타석에 나와 33안타를 치며 월간 타율 0.324를 찍었다. 이 페이스를 되찾는다면 7월말 시점에는 2할6푼대 재진입이 가능하다. 이 페이스를 8, 9월에도 꾸준히 이어간다면 3할까지는 몰라도 2할 후반대는 기대해볼 수 있다. 과연 이정후가 부활의 바람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일단 '바람'은 다시 불기 시작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