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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실책이 되어야겠죠? 글쎄요? 그건 좀 의문이네요."
이정후는 5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수터 헬스 파크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서 이정후는 2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슬럼프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개막전부터 팀의 중심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5월초까지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내셔널리그(NL) 타격왕 후보' '올스타전 출전가능선수' 등 가슴을 벅차게 할 수식어들이 미국 현지 매체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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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세를 이어 5일 경기에서도 안타를 노렸다. 이정후가 만약 이날도 안타를 쳤다면, 지난 달 11일~13일에 걸쳐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3연전 이후 약 3주 만에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할 뻔했다.
하지만 안타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2회초 1사 후 첫 타석에서는 상대 좌완 선발 J.P. 시어스의 스위퍼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어 4회초 2사 1, 2루 때는 역시 시어스를 상대했으나 2루수 땅볼에 그쳤다.
6회초 2사 2루 때 시어스를 세 번째 상대했지만, 이번에는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했다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또 다시 무안타 악몽이 재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9회초 마지막 찬스가 남아있었다.
이정후는 1-11로 크게 뒤진 9회초 무사 2루 때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7회부터 마운드를 지키던 잭 퍼킨스. 이정후는 2B2S에서 5구째 스위퍼(86.4마일)를 날카롭게 잡아당겼다. 타구 속도 96.5마일(약 155㎞)의 하드히트가 1-2루 사이로 빠르게 흘렀다.
애슬레틱스 1루수 닉 너츠가 우측 방향으로 이동해 오른손에 낀 미트로 타구를 잡으려다 놓쳤다. 너츠는 다시 공을 쫓아가 왼손으로 잡은 뒤 1루로 던졌다. 그러나 송구 방향이 부정확했다.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투수 퍼킨스를 지나쳐 파울지역으로 흘렀고, 그 사이 2루 주자 도미닉 스미스가 홈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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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논란이 될 법한 장면이다. 너츠가 처음 포구 시도에서 공을 정확히 잡았다고 했을 때 이정후가 과연 1루에서 아웃됐을 지는 의문이다.
왼손으로 송구하는 너츠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려 있었다는 점. 그리고 투수 퍼킨스의 1루 베이스 커버 속도와 이정후의 질주 스피드를 감안하면 내야안타를 줘도 무방할 듯 보였다.
실제로 이 장면은 현지 중계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중계 캐스터는 스미스가 득점한 뒤 "스미스가 홈에 들어와 자이언츠가 2-11을 만듭니다"라고 한 뒤 "에러가 되어야 하겠죠?(Gotta be an error, right?)"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안타가 아닌 1루수 실책으로 나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해설가는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 캐스터의 말이 끝나고 이정후의 타격 장면이 리플레이 될 때 해설가는 "글쎄요, 그건 좀 의문이네요(Well, I mean that's the question)"라고 화답했다. 단순히 내야 실책으로 볼게 아니라 이는 관점에 따라 내야안타를 줘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이정후는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경기를 끝냈다. 시즌 타율은 0.244(320타수 78안타)로 약간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2대11로 대패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