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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2군)는 그동안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육성의 텃밭'으로만 여겨졌다. 대부분 구단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관중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 퓨처스 시설을 마련했다. 당연히 독립과 자생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있어야 할까.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더 가파른 관중 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퓨처스리그는 우리와 다르다. 단순히 육성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수입을 마련하며 또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 지역 밀착형 퓨처스리그 산업화. KBO리그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시장 확대와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서 개척해야 할 새로운 길. 프로야구 유치에 대한 지자체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 야구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한 '퓨처스리그 산업화'의 가능성과 걸림돌, 그리고 해법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59번 구창모보다 33번 구창모가 더 익숙해요."
우려의 목소리도 크고, 선뜻 나서기도 부담이다. 그러나 KBO리그에는 분명 '퓨처스 산업화' 성공 모델이 있다.
고양시와 손잡은 NC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2군에 모기업 이름을 빼고 지역명인 고양을 넣어 '고양 다이노스'로 팀명을 정했다. 1군의 종속된 2군이 아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방식으로 독자적 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1군과는 다른 유니폼을 제작하고, 등번호도 따로 배정했다. 동시에 자체적인 마케팅 활동을 했다. 고양 다이노스 만의 굿즈를 생산해 판매했고, 협업 상품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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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퓨처스리그 최초로 티켓을 유료화했다. 입장료는 일반(중학생 이상) 3000원, 초등학생 1000원으로 책정했다.
지역 상권과도 손을 잡았다. 주변 지역 상권에 야구장 관람권을 제시하면 50% 할인을 해주는 등 적극적인 협업 마케팅을 펼쳤다. 대형 마트와도 손을 잡아 팝업 매장을 냈고, 야구장 곳곳에 지역 광고도 냈다.
부족한 야구장 식음료 시설을 채우기 위해 푸드트럭을 이용했다. 당시 NC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미국 대학야구를 참고했다. 당시 NC가 창단 후 LA에서 대학 팀들과 경기를 많이 했다. 대학팀도 유료로 경기를 하곤 하는데 푸드트럭을 불러 관중의 먹거리 니즈를 해결하고, 야구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모델을 참고해 경기장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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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나타난 성과도 분명했다. 2017년 5월에는 퓨처스리그 최초로 유료 관중 2만명을 달성하는 등 흥행 경쟁력을 보여줬다. 평균 관중은 300명을 넘겼다. 1군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숫자지만, 시설 여건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도와 출발로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치다.
NC 관계자는 "당시 고양 다이노스를 보고 NC 다이노스로 팬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현재의 59번 구창모보다 33번 구창모 시절을 더 좋아한다는 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많은 직원 채용이 필요하다는 편견도 깼다. 대학생 마케터 제도를 활용해 구단 실무와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윈윈 구조를 만들었다. 1군의 경우 마케팅 팀이 있는 만큼, 대학생 마케터의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의 경우 대학생 마케터의 아이디어가 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여지가 많다. 그만큼 현장에 젊은 감성이 녹아들 수 있다.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이 관계자는 "확실히 누군가 지켜보면 경기력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하고, 1군에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가한 선수 대부분 역시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동기부여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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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KBO리그에서도 충분히 '퓨처스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던졌다. 경쟁력 있는 초기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아울러 NC는 2022년 KBO리그 최초로 퓨처스 전용 인스타그램을 개설해 현재 1만명이 넘는 팔로워수를 자랑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도 얼마든지 팬들의 관심의 시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NC의 퓨처스 산업화 성공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본 관계자는 유망주 성장과 흥행이 동시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2군 시스템은 루키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1군 백업 선수나 재활을 마치고 온 1군급 선수가 점검을 위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팀, 독립야구단과의 경기가 있다고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뛰면서 실전 경험을 쌓기는 확실히 어렵다"며 "현재의 퓨처스리그 시스템은 리그 하나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한다. 3군과 같이 독립 구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재활조는 기존 훈련장에서 하고 2군 선수들은 또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등 시스템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퓨처스 산업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 부분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퓨처스리그는 1군의 백업을 위한 기능만 하는 곳이 아니다. 더는 늘릴 수 없는 신생구단을 대신해 프로야구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지역밀착 야구단이 될 수 있다. 가능성을 찾고, 시도해야 할 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