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 찾고 싶었던 마황, 얼마나 화가 났으면 죄없는 에어컨을 후려쳤나? [부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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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7회초 1사 중견수 황성빈이 박찬호의 평범한 뜬공을 놓친 후 자책하고 있다.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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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프로답지 않은 실책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중견수 황성빈이 평범한 플라이볼을 놓친 후 교체되며 애꿎은 에어컨에 화풀이를 했다.
롯데가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7대4로 승리했지만, 한 선수는 웃지 못했다. 승부를 그르칠 뻔했던 실책으로 교체된 황성빈이다.
상황은 롯데가 5-3으로 앞선 7회초 벌어졌다. 선발투수 데이비슨과 필승조 정철원에 이어 최준용이 7회 등판했다.
대타로 나온 KIA 김선빈을 땅볼로 잡아낸 최준용은 박찬호마저 중견수 쪽 평범한 뜬공으로 처리하는 듯했다. 그런데 타구를 잘 따라간 황성빈이 팔을 뻗는 순간 공이 글러브 윗부분에 맞고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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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을 놓친 황성빈이 황급히 달려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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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쪽 KIA 응원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고, 나머지 구역을 꽉 채운 롯데 팬들은 탄식했다. 박찬호가 2루까지 진루하며 2점차 리드가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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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미소로 경기를 준비하던 김태형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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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전 인자한 미소로 경기를 준비하던 김태형 감독이 대노했다. 즉각 교체 지시가 떨어졌고, 황성빈 대신 김동혁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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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로 얼굴을 가리는 것도 모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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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러브 속으로 숨어버린 황성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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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어이없게 만든 수비였지만, 누구보다 황당하고 화난 건 자신이었다. 모자를 벗어 얼굴을 가리며 자책한 황성빈은 교체되어 들어오며 글러브로 얼굴을 감쌌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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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ing, SBS스포츠 중계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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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에 들어온 황성빈은 스스로를 향한 분노를 참지 못했다. 코끼리 에어컨의 코에 강펀치를 날리며 감정을 표출했다.
황성빈의 실책 후 경기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오선우의 타구가 최준용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되는 내야 안타로 이어지며 1사 1, 3루가 됐다. 이어 위즈덤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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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영에 이어 홍민기가 급하게 등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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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처럼 빛난 홍민기의 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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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곧바로 홍민기를 투입했다. 사령탑의 발빠른 투수 교체와 이에 부응한 좌완 파이어볼러가 황성빈을 살렸다. 홍민기는 KIA 베테랑 최형우에게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내줬지만 나성범을 스탠딩 삼진으로 잡으며 만루 위기를 단 1실점으로 막아냈다.
롯데는 7회말 한태양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에도 등판한 홍민기가 무실점으로 KIA의 추격을 막아냈고, 9회는 마무리 김원중이 세 타자를 범타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동료들의 활약 덕분에 황성빈이 김태형 감독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었다. 이젠 황성빈이 빚을 갚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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