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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대결로[스조산책 MLB]

기사입력 2025-08-09 00:11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지난달 27일(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토론토 블루제이스 맥스 슈어저가 지난달 12일(한국시각) 애슬레틱스전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몇 안 되는 진귀한 매치업이 성사됐다.

통산 3000탈삼진을 달성한 투수 간 맞대결이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맥스 슈어저가 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1시10분 다저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커쇼는 지난 7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3개의 삼진을 잡아 현역으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저스틴 벌랜더(3497개)와 슈어저(3451개)에 이어 세 번째로 통산 3000탈삼진 고지에 올랐다. 이후 10개를 추가해 3010개로 역대 20위에 랭크돼 있다.

올시즌 두 선수 모두 부활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 뒤 발가락과 무릎 수술을 받고 오랜 재활을 거쳐 지난 5월 컴백한 커쇼는 13경기에서 65⅔이닝을 투구해 5승2패, 평균자책점 3.29, 42탈삼진, WHIP 1.25를 마크 중이다. 전성기 기량은 아니지만 이제는 5~6이닝을 믿고 맡겨도 될 정도로 건강하다.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AFP연합뉴스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토론토 블루제이스 맥스 슈어저. Imagn Images연합뉴스
슈어저는 지난 겨울 155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시즌 첫 등판서 오른손 엄지를 다쳐 IL에 올라 3개월 가까이 재활에 매진한 뒤 6월 26일 복귀했다. 8경기에서 41이닝을 던져 2승1패, 평균자책점 4.39, 44탈삼진, WHIP 1.05를 기록 중이다. 커쇼와 마찬가지로 전성기는 지났으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대할 수 있는 노련함과 투지를 갖고 있다.

특히 슈어저는 지난 3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서 6이닝 5안타 1실점의 호투로 시즌 2승을 따냈다. 그 직전 7월 2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는 올시즌 자신의 최다인 7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실점했다. 이번 다저스전도 기대감이 크다.

커쇼도 지난 2일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6이닝 5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승리를 안았다.

둘은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서 나란히 지명을 받았다. 커쇼가 전체 7순위에 다저스, 슈어저가 전체 11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도 2008년으로 같다. 두 투수가 맞대결을 벌이는 건 이번이 5번째다.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커쇼가 2008년 5월 26일(한국시각) 데뷔전인 세인트루이스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인 2009년 6월 12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전에 등판한 맥스 슈어저. AP연합뉴스

슈어저는 200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9월 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다저스 루키였던 커쇼와 처음 만났다.

흥미로운 건 당시 다저스 그렉 매덕스와 애리조나 랜디 존슨이 맞대결할 경기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존슨이 허리 통증 때문에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고 커쇼가 애리조나에 강했다는 사실(한달 전 애리조나 상대로 6이닝 4안타 무실점)이 작용하면서, 매덕스 대신 커쇼, 존슨 대신 슈어저가 선발로 나서게 됐다. 결과는 커쇼가 4이닝 6안타 4탈삼진 3실점, 슈어저가 5이닝 5안타 11탈삼진 3실점. 둘 다 승패는 없었으나, 슈어저가 좀더 인상적이고 날카로웠다.

이어 두 선수는 사이영상을 숱하게 수상하고 난 뒤 세 번 더 맞대결을 벌이는데, 2016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커쇼가 승(5이닝 8안타 7탈삼진 3실점),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이던 슈어저가 패(6이닝 5안타 5탈삼진 4실점)를 각각 안았다.

2018년 4월 21일엔 슈어저가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승, 커쇼가 7이닝 9안타 4실점으로 패를 각각 기록했다. 이어 2021년 4월 12일 맞대결에서는 커쇼가 6이닝 5안타 무실점 승, 슈어저가 6이닝 3안타 1실점 패를 각각 기록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4번의 맞대결이었다.

슈어저는 2021년 7월 다저스로 잠시 옮겨 커쇼와 한솥밥을 먹다가 FA가 돼 3년 1억3000만달러에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제몫을 하지 못해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쳐 올해 토론토로 향하게 됐다.


'매덕스→커쇼, 존슨→슈어저' 17년 전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5번째 맞…
텍사스 시절인 2023년 10월 휴스턴과의 ALCS 7차전에 등판한 맥스 슈어저. AP연합뉴스
MLB.com에 따르면 3000탈삼진 투수간 맞대결은 1980년대 20차례나 벌어졌지만, 그 뒤로는 2006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그해 7월 20일 그렉 매덕스와 로저 클레멘스가 만났다. 2007년 9월 17일에는 커트 실링과 클레멘스가 만났고, 2023년 9월 7일 슈어저와 벌랜더가 맞대결했다.

커쇼와 슈어저는 벌랜더와 함께 명예의 전당(HOF) 입성을 예약했다. 나란히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커쇼는 통산 445경기(선발 442경기)에 나가 2808⅓이닝을 투구해 217승96패, 평균자책점 2.52, 슈어저는 통산 474경기(선발 465경기)에서 2919이닝을 던져 218승113패, 평균자책점 3.18을 각각 쌓았다.

슈어저는 여전히 위력적인 직구를 뿌린다. 올해 포심 스피드가 최고 95.8마일, 평균 93.6마일에 이른다. 직구 피안타율이 0.190이다. 커쇼는 직구 평균 구속은 89.0마일에 불과하지만,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무기 삼아 맞혀 잡는 투구로 안정감을 띤다. 커브의 피안타율은 0.167이고 헛스윙 유도비율이 38.6%에 달한다.

살아있는 레전드 간 관록의 맞대결을 기대해 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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