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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팬도, 허무한 '무승부' 이제 그만! 벌써 작년 2배 돌파…ABS는 '세계 최초' 도입했는데, 왜 승부치기는 안되나 [SC포커스]

최종수정 2025-09-03 07:51

선수도 팬도, 허무한 '무승부' 이제 그만! 벌써 작년 2배 돌파…ABS…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롯데전. 11회말 2사 만루. 고승민이 끝내기 안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28/

선수도 팬도, 허무한 '무승부' 이제 그만! 벌써 작년 2배 돌파…ABS…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연장 10회말 2사 1,2루 두산 안재석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8/

선수도 팬도, 허무한 '무승부' 이제 그만! 벌써 작년 2배 돌파…ABS…
1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11회말 2사 만루 끝내기 볼넷을 얻어 낸 한화 이원석.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4/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연장 이닝을 줄이자, 무승부가 벌써 두 배로 늘었다.

8월까지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나온 무승부는 총 42경기. 이미 지난해(20경기)의 두배가 넘는다. 아직도 10개 구단은 각각 20경기 안팎을 남겨두고 있다.

무승부가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올해부터 연장전 최대 이닝을 2이닝(11회까지)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연장전 축소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연장전은 불펜 소모가 이미 적지 않은 상황에서 동점, 심지어는 끝내기 상황이 이어진다. 양팀 공히 필승조나 마무리급 투수를 쓰지 않을 수 없다. 1이닝이라도 줄어 없는 마운드 소모가 그나마 줄었으니 사령탑들의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어졌다.

하지만 기껏 3시간 넘게 치열한 승부를 펼친 결과가 무승부라니 팬들 입장에선 좀 허무하다. 특히 KBO리그는 승률제로 운영되는 만큼 무승부는 경기를 안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야구 현장을 찾았는데 결과를 못보고 가니 아쉽기 짝이 없다. 야구팬들은 무승부를 보기 위해 모인게 아니다.


선수도 팬도, 허무한 '무승부' 이제 그만! 벌써 작년 2배 돌파…ABS…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KIA의 경기. 9회말 KT 김상수가 역전 끝내기안타를 날렸다. 환호하는 KT 선수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31/
무승부를 줄이고 보다 더 짜릿한 승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이미 KBO 밖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은 '승부치기'다. 연장전 매 이닝마다 국제대회는 무사 1,2루, 메이저리그는 무사 2루 상황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아무래도 끝내기 상황에 몰리는 원정팀의 부담이 크고, 기록의 경기라는 야구의 특성상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연장전 가능성을 낮추고, 보다 뜨거운 승부를 펼친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지지 속에 도입됐다.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최초로 ABS(자동볼판정 시스템)와 체크스윙 챌린지(비디오판독)를 도입했다. 국제 표준과는 조금 다르지만 변형된 피치클락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반면 이미 국제 규정으로 자리잡은 승부치기는 도입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개 구단 단장들의 모임인 실행위원회에서 이미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지만,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해 현재로선 백지화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장의 반발이 컸다.


선수도 팬도, 허무한 '무승부' 이제 그만! 벌써 작년 2배 돌파…ABS…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9회말 키움 임지열이 두산 김택연을 상대로 끝내기안타를 날렸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임지열.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0/
하지만 이미 우리는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단맛을 봤다. 이제 ABS 없는 야구는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다. 한국의 예를 지켜본 미국과 일본에서도 야구 전통주의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ABS 도입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야구계도, 팬들도 승부치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에서 가장 도파민이 치솟는 순간이라는 '끝내기', 혹은 그에 준하는 마무리를 늘릴 수 있고, 모두가 눈쌀 찌푸리며 돌아서는 무승부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미 KBO는 내년으로 예정됐던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승부치기 역시 이미 논의는 충분히 거쳤다. 야구팬들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승부치기에 익숙해진 내년이 적기라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어차피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은 이상, 승부치기는 언젠가 도입돼야 한다. 어차피 할 거라면 서두르는 편이 낫다. KBO와 10개 구단의 신속한 논의와 결단을 기대해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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