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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즌 초인 4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5강 밖' 공기. 팬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이처럼 투타의 흐름이 맞지 않을 때는 어느 한쪽이 힘을 내주는 수밖에 없다. 타격이 잘 터지지 않은 날 마운드가 어떻게든 승리를 지켜내거나, 마운드가 흔들린 날 타선이 대폭발하며 승리를 따내야한다. 하지만 롯데는 양쪽 모두 잘 되지 않고 있다.
3일 수원 KT 위즈전은 믿었던 투수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에이스 감보아는 5⅓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확연히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최준용과 윤성빈도 2점씩을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특히 조기 투입된 필승조 최준용의 부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윤성빈이 멀티이닝의 짐을 짊어지면서 홈런을 2방이나 허용한 점은 더욱 아쉽다. '빠른 직구를 바탕으로 위기에 홈런을 두려워하지 않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라는 윤성빈의 최대 강점이 희석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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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없이 포스아웃 상황에서 범한 실수라는 점에선 한층 더 아픈 실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박찬형은 원래 수비보다 타격에 초점이 맞춰진 선수다. 독립리거 출신인데다 프로에 이제 갓 입문한 선수라 기본기에 약점이 있고, 타격에선 클러치에도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수비에선 압박감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클러치 상황에 박찬형이 3루에 설 수밖에 없었던 그 자체다. 작년 롯데의 주전 3루수는 손호영이었다. 18홈런의 장타력에 3할의 정교함까지 갖춰 송구 등 수비에서의 약점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향후 롯데 내야는 나승엽-고승민-박승욱-손호영으로 굳어진 듯 했다.
이 세팅된 내야 중 현재 제대로 돌아가는 포지션이 없다. 나승엽은 부상과 부진으로 한동안 1루를 비웠고, 고승민은 2루(414⅔이닝) 외에 1루(244⅔이닝) 우익수(139⅓이닝) 좌익수(10이닝) 등 여기저기 빈 자리를 메우느라 바쁘다. 타격에서의 장점을 잃은 손호영은 어느덧 2루수 출전이 늘어났고(90이닝), 한태양과 박찬형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선수 기용이 더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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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찬형 역시 3루보다는 2루 자원에 가깝다. 결국 2루는 고승민 손호영 한태양 박찬형 등의 출전이 뒤엉킨 반면, 3루는 적합한 선수가 없이 돌려막기로 올해를 버텼다. 1년 내내 해결하지 못한 3루의 공백이 결국 시즌 막판에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박찬형 입장에서 이 악몽같은 기억을 트라우마가 남지 않게 떨쳐낼 수 있느냐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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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