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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트라우마를)생각 안할수가 없잖아."
바로 직전 경기에서 결정적인 '끝내기' 실책을 범했던 박찬형이다. 3일 수원 KT 위즈전, 8-8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평범한 3루 땅볼 때 홈으로 어이없는 악송구를 하며 팀에게 패배를 안기고 말았다.
롯데는 이날 박찬형을 3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올렸다. 경기전 만난 김태형 감독은 "원래 스타일은 3루보다는 2루에 가깝다. 다만 타선이 부진한 와중에 박찬형의 타격감이 워낙 좋고, 3루 수비는 한태양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3루수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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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령탑의 이 같은 기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날 롯데는 선발 벨라스케즈가 5회도 채우지 못하고 홈런 3방 포함 6실점하며 한국행 이후 최악의 투구를 보인 뒤 내려갔다. 앞서 0-3에서 윤동희가 반격포를 쏘아올렸고, 1-5로 벌어진 5회에는 레이예스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던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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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박진이 고명준에게 다시 홈런을 허용하며 2-7까지 벌어진 상황. 여기서 6회초 손호영의 타석 때 SSG 최정의 실책이 나오면서 롯데 추격의 빌미가 됐다.
SSG 선발 화이트는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지만, 다시 2루수 안상현의 실책이 나오면서 2사 1,2루.
그리고 들어선 타자가 박찬형이었다. 프로야구 투수들의 공은 생각보다 할만하다던 그다.
전직 메이저리거의 직구에도 두려움은 없었다. 이날 앞선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였던 박찬형은 볼카운트 0B1S에서 화이트의 2구째 154㎞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현장에서 한숨만 푹푹 내쉬던 롯데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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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롯데는 이날 5대7로 패하며 최근 3연패 늪에 빠졌다. 순위도 6위로 주저앉으며 가을야구 진출 여부가 미궁에 빠진 상황.
그래도 박찬형의 투혼이 보여주듯, 롯데 선수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만년 하위권 야구에 진력이 난 팬들이 올해 롯데 야구를 끝까지, 목청껏 응원하는 이유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