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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터 트라우마'에 빠진 LAD와 야마모토, 다저스타디움이면 안 넘어갔다...하필 칼 립켄 Jr. 앞에서

최종수정 2025-09-08 00:50

'노히터 트라우마'에 빠진 LAD와 야마모토, 다저스타디움이면 안 넘어갔…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7일(한국시각)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9회말 잭슨 홀리데이에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노히터 행진이 깨지자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로 내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노히터 트라우마'에 빠진 LAD와 야마모토, 다저스타디움이면 안 넘어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전설' 칼 립켄 주니어가 경기 전 2131경기 연속출전 기록 수립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의 박수와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다저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3연전 2차전서 3대4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3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이후 5연패에 빠진 다저스는 78승64패를 마크했다. 이제 NL 승률 2위 필라델피아 필리스(83승59패)와의 승차가 5경기로 벌어졌다. 다저스가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와일드카드시리즈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해야 할 처지다.

뿐만 아니라 서부지구 우승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77승65패)가 이날 콜로라도 로키스를 10대8로 꺾고 5연패를 벗어던져 다저스를 1경기차로 바짝 추격했다. 다저스는 지구 우승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노히터 트라우마'에 빠진 LAD와 야마모토, 다저스타디움이면 안 넘어갔…
볼티모어 오리올스 엠마누엘 리베라가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패배가 뼈아픈 것은 역사적인 대기록 앞에서 주저앉는 치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노히터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교체된데 이어 마무리하러 나온 투수들이 믿기 힘든 난조로 주자들을 내보내더니 결국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야마모토는 8⅔이닝 동안 1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1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펼쳤다. 그는 3-0으로 앞선 9회말 알렉스 잭슨을 헛스윙 삼진, 코비 메이요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대망의 생애 첫 노히터 문턱 앞에 섰다.

그러나 좌타자 잭슨 홀리데이가 이 역사적인 순간을 가만히 놓아두질 않았다. 볼카운트 2B1S에서 야마모토의 4구째 94.7마일 몸쪽 커터를 잡아당겨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솔로포로 연결했다. 발사각 31도, 95.6마일의 속도로 크게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오리올파크에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가 362피트로 다른 20개 구장에서는 홈런이 안 됐을 것으로 스탯캐스트를 추정했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평범한 플라이가 됐을 타구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를 올라가 아쉬워하는 야마모토의 등을 두드려 주며 블레이크 트라이넨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트레이넨은 나오자마자 제레미아 잭슨에게 중월 2루타를 내주더니 거너 헨더슨을 몸에 맞은 공으로 내보내고 폭투를 범한 뒤 라이언 마운트캐슬에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렀다.


이어 콜튼 카우저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주며 2-3으로 쫓긴 뒤 2사 만루 상황에서 태너 스캇에 마운드를 넘겼다.

스캇이 나오자마자 엠마누엘 리베라에게 97.4마일 직구를 낮은 코스로 던지다 라인드라이브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얻어맞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4대3으로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볼티모어 선수들과 팬들은 한바탕 열광의 도가니를 즐기기 시작했다.


'노히터 트라우마'에 빠진 LAD와 야마모토, 다저스타디움이면 안 넘어갔…
칼 립켄 주니어가 경기 전 그라운드를 돌며 2131경기 연속출전 기록 수립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그라운드를 돌려 팬들과 볼티모어 선수들의 박수와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런데 이날 오리올파크 관중석에는 볼티모어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자 레전드로 평가받는 인물이 이 역사적인 승리를 지켜봤다. 바로 칼 립켄 주니어다.

이날은 립켄 주니어가 2131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1995년 9월 7일 바로 이곳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전에 5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루 게릭이 가지고 있던 2130경기 연속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볼티모어 구단은 이날 다저스전을 앞두고 립케 주니어를 위한 기념 행사를 개최해 팬들과 함께 역사적인 기록의 의미를 되새겼다.

4만2612명의 홈팬들 앞에 선 립켄 주니어는 "2131경기를 세우던 그 영광스러웠던 밤을 되돌아보는 동안 30년이 지났다. 그보다 더 훌륭한 경기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철학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날 밤은 오리올의 원칙을 기념하는 무대였다. 매일 운동장에 나가 서로를 믿고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립켄 주니어의 이같은 주문이 가장 잘 구현된 경기가 바로 이날 다저스전이었던 셈이다. 립켄 주니어는 1998년 9월 21일 연속경기 출전 기록을 2632경기에서 스스로 멈춰 세운 뒤 2001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고 2007년 명에의 전당에 헌액됐다.


'노히터 트라우마'에 빠진 LAD와 야마모토, 다저스타디움이면 안 넘어갔…
야마모토 요시노부. AFP연합뉴스
반면 다저스는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을 경기가 되고 말았다. 다저스는 1961년 이후 9회 2사 이후까지 노히터를 이어가다 결국 역전패를 당한 9번째 팀이 됐다. 다저스는 2017년 8월 24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도 선발 리치 힐이 9회까지 노히터 투구를 하다 0-0이던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아 패한 경험이 있다. 즉 다저스는 1961년 이후 8⅔이닝 이상을 노히터로 잘 막어내고도 패배하는 경험을 두 번이나 맛본 유일한 팀이다.

야마모토는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다이닝, 최다탈삼진 투구를 펼쳤음에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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