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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돈 먹는 하마? 더 이상 아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이미 역대 한시즌 최다관중 신기록이었던 지난해 총 관중수 1088만7705명을 훌쩍 넘었다. 이 추세라면 남은 36경기에서 사상 첫 1200만 관중 시대를 열 것이 확실시 된다.
입장수익도 역대 최고를 찍었던 지난해 수익을 훌쩍 넘었다.
대전 신구장 관중석을 애초에 더 키웠더라면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었다는 아쉬운 목소리까지 나올 만큼 뜨거웠던 올시즌 야구열기.
야구장 인프라 수용가능 한도까지 꽉꽉 찼다. 앞으로 야구인기가 더 늘어나더라도, 올 시즌 이상으로 총 관중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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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수익이 전부가 아니다. 관중수는 물리적 한계점에 거의 도달했지만, 지난해 부터 폭발한 굿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중이다.
올시즌 굿즈 시장은 평균 약 30~35% 가파르게 성장하며 지난해 반짝이 아닌 시작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같은 올시즌 큰 인기를 모은 빅마켓 구단들은 굿즈 연간 매출 250억원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른 구단들도 지난해 대비 크게 성장한 매출 속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방의 한 인기구단은 "경기가 있는 날 경기장 내 굿즈 매장의 하루 매출이 3억원을 넘는다"고 귀띔했다. 실제 경기 중에도 굿즈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서는 것은 이제는 일상적 풍경이다. 콜라보 상품이 레어템으로 출시되는 경우 밤샘 대기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프로야구 선수와 야구단은 자랑할 만한 상징으로 자리매김 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건 주류 세대의 변화다. MZ세대, 특히 젊은 여성팬들이 야구장을 점령하면서 마케팅 초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10~30대 젊은 여성층은 확장성과 미래가치적 측면에서 광고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블루칩이다. 기업들이 찾아다니는 핵심 타깃층이 야구장에 몰려 타깃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셈.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재 기업 중심으로 너도나도 콜라보나 광고를 통해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하고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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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을 보는 모기업의 시선도 180도 달라졌다.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수백억원씩 지원을 해야하는 '돈 먹는 하마'였던 야구단의 그룹 내 위상이 확 달라졌다.
야구 인기가 폭발한 현재도 모기업 지원은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광고 명목으로 무상지원하다시피 하던 지원금이 등가적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다. 야구단과 마케팅을 하려고 줄을 선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야구단을 소유한 모기업들이 너무 좋은 조건으로 마케팅을 쉽게 하는 게 아니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야구단을 소유한 대기업 내 계열사들 간에도 야구단 마케팅을 위해 내부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위상이 바뀐 셈.
입장수입과 굿즈, 마케팅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데다 온라인 중계권까지 폭등 조짐을 보이면서 프로야구단 자립 지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같은 팀들도 수입, 지출 관리에 따라 얼마든지 지속가능한 생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는 늘리기 힘든 레어템이 된 프로야구 10개구단 가치도 과거에 비해 폭등 조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