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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순간 주마등이 스쳐갔다. 동기들보단 조금 늦었지만, 오늘이 내 시작점이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신영우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5회 구원등판, 2⅓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팀의 7대6 역전승을 이끌었다. 데뷔 이래 승리 없이 4패만 기록중이던 신영우의 커리어에 마침내 '1승'이 새겨진 순간이었다.
경남고 시절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달고 다녔다. 야구 예능에 출연했을 때도, 고교야구 전국대회에도 따라다닌 꼬리표였다. 드래프트에서도 뒤늦게 최상위권 픽으로 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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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우보다 나중에 지명된 이로운 송영진(SSG 랜더스) 김건희 김동헌(키움 히어로즈) 김범석(LG 트윈스) 문현빈(한화) 등도 데뷔초부터 꾸준히 1군에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꾸준히 눈도장을 찍었다. 반면 신영우는 데뷔 첫해 단 한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4경기 9⅓이닝이 전부였다. 마음이 흔들릴만도 했다. 하지만 차분하게 기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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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터뷰를 마친 신영우에겐 김태경과 로건을 비롯한 동료들이 대거 출동, 물세례를 쏟아부었다. 흠뻑 젖은 신영우는 "(최형우 상대로)3구 삼진을 잡겠다는 각오로 던졌다. 7~8회부터 다들 '축하한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김)진호 형, (전)사민이 형이 잘 막아줘서 감사하다. 솔직히 좀 떨리긴 했는데…형들이 끝도 없이 물을 부어주더라. 기분좋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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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영우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7㎞. 데뷔 이후 1군 최고 구속이다. 1구1구가 꽂힐 때마다 현장에는 탄성과 탄식이 터졌다. 신영우는 "160㎞ 같은 구속에는 욕심이 없다. 더 안정된 제구를 갖추는게 목표다. 그래야 변화구도 더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보직과 상관없이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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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우는 "조병현 정우주 같은 선수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특히 정우주는 신인인데도 자기 공을 공격적으로 던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감격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역시 부모님의 얼굴이었다. 신영우는 "부모님이 '포기하지마라. 무리하지 마라. 네 페이스대로 가면 언젠가는 네 친구들과 나란히 설 것'이라고 응원해주셨다. 지난 시간을 헛되지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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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