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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산의 밤하늘에 첫 160㎞ 빛살이 아로새겨졌다.
2사 1,2루에서 김태형 롯데 감독의 선택은 '진격의 거인' 윤성빈이었다.
윤성빈은 등판 직후 첫 타자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영웅을 삼진 처리하며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3회초에는 이성규 김지찬 강민호를 3자 범퇴로 돌려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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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재현을 3구 삼진, 김성윤을 내야뜬공, 구자욱을 땅볼로 잡아내며 4회를 마쳤다.
5회에는 첫 타자 디아즈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김영웅-이성규를 연속 삼진처리했다. 김지찬에게 안타,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2사 만루에서 교체됐다. 정현수가 류지혁을 1루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윤성빈에겐 특별했다. 2년차 시즌인 2018년 이후론 1군에 좀처럼 등판조차 하지 못하고, 하더라도 1년에 1번 볼까 말까했던 그다.
하지만 윤성빈은 이날 3이닝 동안 안타 2개, 4사구 3개를 내줬지만 실점없이 버텨냈다. 마지막 위기 상황은 후배 정현수가 실점없이 막아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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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할 때마다 150㎞ 후반의 무시무시한 직구로, 때론 믿을 수 없을 만큼 허망하게 무너지는 제구 불안으로 화제가 됐던 윤성빈이다.
올해 첫 선발등판이던 5월 20일 LG 트윈스전에선 1이닝 9실점으로 생애 최악투를 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달랐다.
직구 자체는 무시무시하지만, 제구가 워낙 흔들리다보니 '불펜 불가' 딱지를 받았던 투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날 윤성빈의 강렬한 직구를 보고 오히려 이날 경기를 반전 포인트로 삼았다. 윤성빈에게 불펜 전향을 지시한 것.
그리고 올해는 여러모로 달라졌다. 총 29경기(선발 1)에 등판, 22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2패 평균자책점 8.74를 기록중이다. 첫 9실점이 워낙 컸고, 이후에도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아니다보니 실점할 슌마다 평균자책점이 치솟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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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경기에선 이른바 '구속혁명'의 선두주자 문동주-김서현의 뒤를 이어 생애 첫 160㎞ 직구까지 꽂아넣었다.
사실상 가을야구가 8년연속 좌절을 앞둔 상황, 트래직 넘버 1임에도 마지막 홈경기라고 현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확실한 보람을 부여한 셈이다.
프로 9년차 투수지만, 윤성빈은 1999년생이다. 26세의 투수에겐 아직도 무한한 잠재력이 남아있다. 이날 마운드를 내려가는 윤성빈에겐 부산 팬들의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