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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 한국 프로야구 전설의 마무리이자 기록의 사나이.
그라운드뿐 아니라 관중석도 오승환을 향한 무한 애정이 넘실거렸다. 은퇴 유니폼, 혹은 오승환의 유니폼을 차려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시종일관 '등번호 21번'이 객석에 물결쳤다.
이날 은퇴식 인터뷰에 임한 오승환은 '은퇴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정해진게 전혀 없다"며 신중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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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아직도 140㎞대 초중반의 직구를 던진다. 슬라이더는 나이들면서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프로 아닌 야구 예능이라면 언터쳐블에 가까운 존재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이름값 역시 두말할 나위 없는 '슈퍼스타'다.
물론 야구 현장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거나, 이를 위해 해외 코치연수 등을 다녀오는 방법도 있다.
다만 오승환은 "은퇴식 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마음에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 구단은 라이온즈파크 외부에 오승환의 은퇴를 기념하는 다양한 포토스팟을 마련했다. 이날 오승환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21번' 유니폼의 팬들을 만나기엔 더할나위 없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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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인 2001년 야구에 빠져들었는데, 삼성은 이듬해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시작으로 21세기 최고 명가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2005년 오승환의 충격적인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오승환의 통산 300, 400, 500세이브 현장과 데뷔 첫 선발등판을 모두 '직관'한 찐팬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오승환의 순간을 꼽아달라'는 말에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기억이다. 어떻게 딱 하나를 꼽을 수 있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도 눈물이 좀 나는데 참고 있다. 은퇴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고, 은퇴 투어 사진들을 보니 울컥한다. 이날이 진짜 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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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김민국씨(이상 33)는 오랜 친구 사이로 나란히 현장을 찾았다. 고교 시절인 2010년을 전후해 삼성 야구에 빠져든 만큼 '왕조'의 마무리 오승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다.
"한미일 3국에서 모두 야구를 해본 엘리트 선수 아닌가. 그 선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삼성 코치면 더 좋겠지만, 아니라도 좋다. 야구 현장에 남아계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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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친구 사이인 차수현-전세인씨(이상 30)는 이재현과 이호성 등 삼성의 영건들을 사랑하는 누나팬이다. 두 사람은 "솔직히 오승환의 전성기는 잘 모른다. 예전엔 무조건 다 막는 투수였다는데, 우리가 본 건 좀 아쉬운 모습 뿐"이라면서도 "오승환은 우리팀의 정체성이다. 삼성팬이라면 누구나 오고싶을 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호성을 향해 "오승환의 뒤를 잇는 삼성 마무리로 성장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승환의 은퇴 후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 투수들 좀 키워주실 수 없나. 꼭 삼성이 아니라도 야구 현장에 계시면 좋겠다"면서 "야구 예능도 좋아하는데, 그 자리에 '끝판대장'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절절한 속내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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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왔다 하면 경기 끝난 것 아니었나. 지금 무척 슬프면서도 이대호처럼 박수칠 때 떠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 내가 아는 오승환은 정말 무시무시한 투수였는데, 요즘 우리팬들한테 욕먹는 걸 보면 안타깝더라"는 진심을 전했다.
"은퇴 후 어떤 일을 하시든 성공하시길 바란다. 야구 예능도 좋지만, 꼭 삼성이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코치부터 시작하시면 좋겠다. 언젠가는 오승환 감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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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