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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긴장 하긴 했다. 부담감도 컸다. 업셋을 당해선 안될 것 같았다. 올해는 관중 1위도 했고, 팬분들 사랑을 크게 받은 해인데, 마무리가 이렇게 되면 죄송할 것 같았다."
투수는 그나마 낫다. 패닉만 피하면 적당한 부담감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배트라는 도구를 통해 공을 '간접 터치'하는 타자는 다르다. 부담감을 갖는 순간 배트 컨트롤이 무거워진다. 힘이 들어가면서 찰라의 타이밍 싸움에서 밀리게 된다. 한번 꼬이면 악순환의 지옥이 기다린다. 타석에서 불안감까지 생기면서 하루를 망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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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에서 해줘야 할 선수들이 줄줄이 침묵했다. 톱타자 이재현만 0.429의 타율로 맹활약 했다. 김성윤 구자욱 디아즈 김영웅의 공포의 좌타라인이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강민호 김지찬 류지혁의 하위타선도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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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삼성은 최악의 결과를 피했다. 4위로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으니 할 건 다했다. 지금부터는 말 그대로 '보너스 게임'이다. 부담을 훌훌 털고 '언더독'의 홀가분한 심리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상황도 부담이 덜하다. 후라도 원태인이 1,2차전에 나서지 못하는 삼성은 누가봐도 불리한 인천 원정경기다.
1승1패만 하고 대성공이다. 대구로 가면 후라도 원태인이 출격한다. 타자들로선 긴장할 이유가 딱히 없다. 경기 흐름에 맞춰 매 타석 자신의 역할만 하고 나오면 된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한 뒤 침묵했던 타선에 대해 "이겼기 때문에 흐름이 밝아지고 좋아질 것"이라면 집단 심리의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하루 쉬고 정비를 잘해서 타격이 받쳐줘야 이길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는 팀"이라며 반등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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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래 쉬고 나온 주전 타자들의 타격감이 바로 살아날 지 미지수다. 3위 확정 후 휴식 속 컨디션 조절을 한 주축 타자들의 사실상 시즌 마지막 경기는 지난 1일 인천 한화전이었다. 8일 만에 출격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1차전 깜짝 선발 최원태로선 가을야구 불명예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다.
'져도 그만,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오겠다'는 마음으로 자기 공만 믿고 던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충분한 구위"라는 박 감독의 말은 사실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강력한 공에 대한 굳건한 믿음 뿐이다.
그물수비로 유명한 삼성 야수진을 믿고 마음 굳게 먹고 마운드에 설 필요가 있다. 3이닝 이상 초반 리드만 잡아주면 충분히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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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의 마인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번 불 붙기 시작하면 웬만해서 끄기 힘든 화력을 품고 있는 삼성 타선이다. 삼성이 자랑하는 홈런포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도 부담백배다. 홈런왕 디아즈는 물꼬를 트는 한방만 터지면 몰아치기에 능한 거포. 지난해 도전자 같은 마음으로 치렀던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활약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준플레이오프는 타자 친화적인 인천과 대구에서 열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