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레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WS 판도 뒤집은 겁없는 루키..."콜업 당시 이렇게 잘 할줄은"

기사입력 2025-10-31 02:00


'90세 레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WS 판도 뒤집은 겁없는 루키..…
샌디 쿠팩스가 월드시리즈 5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90세 레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WS 판도 뒤집은 겁없는 루키..…
트레이 이새비지가 7회 투구를 마치고 활짝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불과 22세의 신인 투수가 최고의 무대 월드시리즈를 뒤집어놓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트레이 이새비지가 역사에 남을 호투를 벌이며 월드시리즈 전적을 3승2패로 뒤집었다.

이새비지는 30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3안타를 내주고 1실점했다. 토론토가 6대1로 승리해 이새비지가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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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이새비지가 5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토론토의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새비지는 올시즌 프로에 데뷔했다. 4월 싱글A에서 출발해 싱글A+, 더블A를 거쳐 트리플A에서 6경기를 던진 뒤 지난 9월 16일 빅리그에 올라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데뷔전을 치렀다.

정규시즌 3경기에서 14이닝을 투구해 평균자책점 3.21을 올리고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도 합류한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 5경기에 선발등판해 26이닝 동안 17안타와 10볼넷을 내주고 삼진 39개를 솎아내며 평균자책점 3.46을 마크했다.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서 4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최고의 무대가 어떤 곳인지 분위기를 익힌 이새비지는 4일을 쉬고 등판한 이날 모든 걸 깨달았다는 듯 신들린 피칭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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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이새비지가 3회말 오타니 쇼헤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이새비지 투구의 압권은 3회말 오타니 쇼헤이를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다.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84.9마일 스플리터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로 떨궈 헛스윙을 유도했다.

MLB.com은 '박스스코어는 "삼진: 헛스윙 삼진"이라고만 표시하는데, 이새비지가 오타니에게 한 일을 너무 부드럽게 묘사한 것 같다. 오타니는 스윙을 하면서 왼쪽 무릎이 그라운드에 닿았고, 헬멧이 벗겨졌다. 그러나 그 공에 도저히 미치지 못했다. 이새비지가 투구를 마칠 때 오타니는 반대편 타석에서 헬멧을 집어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90세 레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WS 판도 뒤집은 겁없는 루키..…
오타니 쇼헤이가 3회말 트레이 이새비지의 바깥쪽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AFP연합뉴스

월드시리즈 첫 등판서 데뷔 이후 정규시즌을 포함해 처음으로 6이닝 이상을 던지며 갖가지 기록을 세웠다.

우선 루키 투수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1949년 다저스 돈 뉴컴이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서 세운 11탈삼진을 경신했다. 또한 단일 포스트시즌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2경기서 마크한 최초의 루키 투수도 됐다. 앞서 디비전시리즈 2차전서 양키스를 상대로 5⅓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아낸 바 있다.

단일 포스트시즌 루키 최다 탈삼진 기록도 그의 몫이 됐다. 종전 기록은 33개. 특히 이새비지는 5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 부문서 월드시리즈 루키 투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22세 이하 투수의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탈삼진도 추가된다. 종전 기록은 1912년 보스턴 레드삭스 스모키 조 우드가 뉴욕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서 올린 11탈삼진.

아울러 월드시리즈에서 5회까지 1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 역대 두 번째 투수가 됐다. '신의 왼팔(The Left Arm of God)'로 불리는 다저스의 레전드 샌디 쿠팩스가 1963년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5회까지 11탈삼진을 올렸다. 쿠팩스는 그 경기를 9이닝 15탈삼진 6안타 2실점의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요즘 다저스타디움을 찾고 있는 쿠팩스가 관중석에 자리한 모습이 이날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90세인 쿠팩스는 다저스의 패색이 짙어진 8회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90세 레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WS 판도 뒤집은 겁없는 루키..…
샌디 쿠팩스가 2015년 5월 17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드 타이머 게임 행사'에 참석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90세 레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WS 판도 뒤집은 겁없는 루키..…
샌디 쿠팩스가 월드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데이비드 오티스,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이새비지는 경기 후 "우리 팀, 우리 구단을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들도 똑같이 성원해 줬다. 오늘 이 순간에 감사하며 팬들과 캐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여정에 이 모든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오늘의 난 너무 축복받은 사람"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그가 12개의 삼진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2008년 스탯캐스트가 투구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인 23차례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또한 월드시리즈 역사상 한 경기에서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고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낸 것도 이새비지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연신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를 마이너리그에서 불러올렸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재능있는 선수를 데려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그가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 확신하지 않았다"며 "경기 전 말했지만, 이제 정규시즌은 그에게 평범한 일상이 될 것이다. 그는 분명 우리의 기준을 높여 놓았다. 단순히 잘 던지는 투수일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을 장악할 수 있는 선수라는 얘기"라고 칭찬했다.

동료 타자 보 비슌은 "특별한 투구를 봤다. 믿기 어려운 구위와 피칭이었다. 이 경기를 장악할 수 있는 성숙함도 놀랍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특별했다"며 이새비지의 투구에 감탄을 쏟아냈다.

MLB.com은 '이새비지는 블루제이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 발짝 가까이 옮겨놓았다. 그는 상승세의 흐름에서 단순한 루키가 아니다. 이미 스타가 탄생했다. 할리우드도 이러한 극본을 쓸 수 없었고 다저스는 범접할 수도 없었다'고 논평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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