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김혜성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달리기 대결이 펼쳐졌다."
달리기 대결 시작. 로버츠 감독과 김혜성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2루 베이스 근처에서 김혜성이 로버츠 감독을 거의 다 따라잡고, 2루 베이스를 돌아 3루로 향하려던 순간. 로버츠 감독이 철퍼덕 그라운드로 넘어졌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 코치들은 전부 웃음을 터트렸고, 전력 질주하던 김혜성도 웃음을 참으며 로버츠 감독에게 다가와 몸 상태를 살폈다.
로버츠 감독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한 쪽 다리를 절뚝이는 시늉을 했다. 로버츠 감독이 입은 다저블루 후드티의 앞면은 내야 흙으로 전부 뒤덮였다.
|
|
달리기 대결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저스는 1일 열린 토론토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6이닝 1실점 쾌투를 펼치고, 마무리투수로 선발투수인 타일러 글래스노우까지 투입해 3대1 신승을 거뒀다. 시리즈 3승3패 균형을 맞춘 다저스는 2일 토론토와 운명의 월드시리즈 7차전을 치른다. 이날 이기는 팀이 우승 반지를 낀다.
김혜성은 로버츠 감독과 달리기 대결에 기꺼이 응하며 웃음을 안겼지만, 여전히 그라운드에 나서진 못했다. 김혜성은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까지 줄곧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달 1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1회말 대주자로 출전해 2대1 끝내기 승리를 확정하는 득점에 성공했다. 이 잠깐의 활약이 김혜성의 포스트시즌 유일한 업적이자 기회였다.
로버츠 감독은 포스트시즌 타율 0.080에 그칠 정도로 타격 부진이 극심한 앤디 파헤스를 고집스럽게 중견수로 기용해 왔다. 수비 때문에 파헤스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4, 5차전을 토론토에 연달아 내주는 동안 공격력이 터지지 않자 더는 파헤스를 타선에 둘 수 없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6차전에 발목이 안 좋아 2루수로 뛰던 토미 에드먼을 중견수로 돌렸다. 김혜성이 2루수로 선발 출전할 아주 ?은 기회였는데,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베테랑 미구엘 로하스였다. 김혜성은 또 벤치만 지켰다.
이제 김혜성의 선발 출전을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월드시리즈는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만큼 김혜성도 한번쯤은 그라운드를 밟아 보고 싶을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달리기 대결로 웃음을 주는 데만 이용하고, 끝내 경기에 뛸 기회는 주지 않을 것인가. 국내 야구팬들은 일단 속는 심정으로 월드시리즈 7차전을 시청할 듯하다.
|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