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2025년 야구에서 월드시리즈 4승 가운데 3승을 독식하는 투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빅리그 역대 최고액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해냈다.
야마모토가 긴 이닝을 책임지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야마모토는 하루 전 열린 6차전에서 6이닝 동안 96구를 던졌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투수가 이틀 연속 등판하는 일은 당연히 없고, 불펜도 하루 30구를 넘기면 다음 날 연투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괴물이었다. 전날 96구를 던지고도 이날 2⅔이닝을 책임지면서 투구 수 34개를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7.3마일(약 157㎞)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96.9마일(약 156㎞)로 형성됐다.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95.4마일(약 154㎞)이었는데, 오히려 1.5마일(약 2.4㎞) 상승한 수치였다. 사력을 다해서 던졌다는 뜻이다.
연장 10회에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서 야마모토는 11회 등판도 대기해야 했다. 더 길어지면 힘든 상황. 다행스럽게도 11회초 스미스가 결승포를 터트리면서 야마모토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안겼다.
|
|
야마모토를 이제는 교체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끝까지 에이스를 믿고 끌고 갔다. 야마모토는 1사 1, 3루에서 커크를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고 다저스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뒤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된 야마모토를 향해 "Yamamoto is GOAT"라고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크게 외쳤다. GOAT는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로 해당 종목에서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칭할 때 쓴다.
사실 다저스 선발진을 야마모토를 제외하면 전부 토론토 타선에 고전하고 있었다. 5차전까지 오타니와 글래스노우, 스넬까지 3명이 월드시리즈 평균자책점 6.45에 이를 정도로 위태로웠다. 때문에 다저스는 홈에서 우승을 확정하지 못하고 시리즈 2승3패로 역전된 상태로 캐나다로 이동해야 했다.
야마모토는 홀로 토론토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지난달 26일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고, 6차전도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이끌며 시리즈 3승3패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7차전까지 승리 투수가 되면서 월드시리즈 성적 3경기 3승, 17⅔이닝, 평균자책점 1.02를 기록했다.
토론토는 야마모토에게 진 게 맞다.
야마모토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649억원) 초대형 계약을 해 눈길을 끌었다. 투수 FA 역대 최장 기간, 최고액 계약이었다. 지난해는 부상으로 정규시즌 18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하면서 다저스 너무 큰 금액을 안겼다는 의심을 샀지만, 올해 정규시즌 사이이영상 투수급 활약에 포스트시즌 성과까지 더해 더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