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팔, 떨어져 나가지 않은게 신기", 日 MLB 도전 30년사 이제 사이영상 하나 남았다

기사입력 2025-11-03 05:00


"야마모토 팔, 떨어져 나가지 않은게 신기", 日 MLB 도전 30년사 …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돼 트로피를 치켜들고 있다. 뒤는 다저스 구단주 그룹의 일원인 NBA 스타 매직 존슨. 트로피에 형상화된 모습은 '더 캐치(The Catch)'의 주인공인 윌리 메이스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955년 시상하기 시작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MVP를 '윌리 메이스 월드시리즈 MVP'라고 부른다. 뉴욕 자이언츠 메이스가 1954년 폴로그라운즈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서 2-2로 맞선 8회 빅 워츠의 중견수 깊은 플라이를 뒤로 달려가 글러브로 받아낸 호수비, 이른바 더 '캐치(The Catch)' 63주년이었던 2017년부터 공식 명칭으로 등장했다.

'2025년 윌리 메이스 월드시리즈 MVP'의 주인공은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야마모토는 2일(한국시각)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서 4-4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 등판해 연장 11회까지 2⅔이닝 동안 2안타와 1볼넷 1사구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는 연장 11회초 윌 스미스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결승점을 뽑은 뒤 이어진 11회말 야마모토가 1점차 리드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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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가 연장 11회초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들어와 해바라기씨 세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실 수비 도움도 컸다. 8회부터 몸을 풀기 시작한 야마모토는 9회말 블레이크 스넬이 1사 1,3루에 몰리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등판하자마자 알레한드로 커크의 오른쪽 손목을 맞혀 내보냈다. 1사 만루, 토론토로서는 끝내기 상황이었다. 이때 로버츠 감독은 중견수를 토미 에드먼에서 앤디 파헤스로 교체했다.

야마모토가 돌튼 바쇼를 땅볼로 유도, 2루수 미구엘 로하스가 재빨리 잡아 홈으로 던져 3루주자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를 포스아웃으로 잡았다. 이어 어니 클레멘트의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파헤스가 좌익수 키케 에르난데스와 부딪힐 뻔한 상황에서 글러브를 위로 뻗어 잡아냈다. 현지 중계진이 "더 캐치(The Catch)"라고 외쳤다.

연장 10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야마모토는 11회말 선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좌측 2루타, 카이너-팔레파에 희생번트, 애디슨 바저에 볼넷을 잇달아 허용하며 1사 1,3루에 몰렸다. 하지만 이날 첫 상대한 커크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 무키 베츠가 2루를 밟고 1루로 던져 완성한 더블플레이 덕분에 승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야마모토의 마지막 승부구는 역시 주무기인 92.1마일 바깥쪽 스플리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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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취재진과 동료들에 둘러싸여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월드시리즈 3경기에서 17⅔이닝을 던져 10안타와 2볼넷을 허용하고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 1.02, WHIP 0.68, 피안타율 0.169의 성적. 7차전 승리의 영웅은 8회초 추격 홈런을 친 맥스 먼시, 9회초 동점 홈런의 로하스, 11회 결승 홈런의 주인공 스미스지만, 7경기를 통틀어 최고의 수훈 선수는 야마모토다.


6차전 선발승을 따낸 야마모토는 휴식일 없이 바로 이어진 7차전에 구원등판해 투혼을 담아 34구를 던졌다. 앞서 2차전서 9이닝 4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으니, 그가 시리즈 MVP라는데 이견은 없었을 듯하다. 월드시리즈 MVP는 현장 기자들과 MLB 관계자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것은 통산 14번째이며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랜디 존슨 이후 24년 만이다. 그러나 3승을 모두 원정경기에서 올린 건 역사상 야마모토가 처음이다. 게다가 6,7차전 연속 승리투수 기록도 통산 4번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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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6년 동안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AP연합뉴스
MLB.com은 '다저스는 2024년을 앞두고 MLB에서 공 1개 던진 적이 없음에도 평범해 보이는 구종을 지닌 야마모토와 투수 최고 몸값인 12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할 때 특별한 뭔가를 얻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런 순간까지 연출하리라고는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마모토는 "불펜에서 몸을 풀 때 솔직히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웜업을 시작하면서 감각을 가다듬고 조정하면서 내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로버츠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기 직전 "야마모토는 GOAT(Great Of All Time)"라고 외쳤다.

상대팀 토론토 애디슨 바저도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다. 대단한 피칭을 했다. 어제 그렇게 던지고 오늘도 던지다니 믿기 어렵다. 팔이 떨어지지도 않고 어떻게 그리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조지 스프링어는 "구종이 너무 많다. 엘리트 투수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6~7개 구종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데 스플리터는 도저히 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사실 사이영상을 줘도 무방할 정도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2차전서 9이닝 3안타 1실점의 완투를 한 것을 포함해 이번 가을 6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45, 33탈삼진을 올렸다. 포스트시즌 전체 MVP가 있다면 그 주인공 역시 야마모토라고 봐야 한다.


"야마모토 팔, 떨어져 나가지 않은게 신기", 日 MLB 도전 30년사 …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내년 시즌 사이영상 1순위 후보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일본 선수가 월드시리즈 MVP에 오른 것은 2009년 뉴욕 양키스 히데키 마쓰이에 이어 야마모토가 두 번째다. 노모 히데오 이후 일본 선수의 메이저리그 정복사는 30년이 됐다. 올해의 신인, 정규시즌 MVP, 월드시리즈 MVP, 올스타전 MVP 등 모두 배출했지만, 아직 사이영상 수상자는 없다.

내년 시즌 NL 사이영상 후보에 1순위로 올라갈 투수가 야마모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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