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우승했어?" 정년 퇴직 직전까지 일한 커쇼, LAD 프런트 제안에는 정중한 거절

최종수정 2025-11-03 12:50

"우리가 정말 우승했어?" 정년 퇴직 직전까지 일한 커쇼, LAD 프런트…
클레이튼 커쇼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가 정말 우승했어?" 정년 퇴직 직전까지 일한 커쇼, LAD 프런트…
클레이튼 커쇼가 우승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감싸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커리어를 끝낸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그랬다.

커쇼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서 연장 11회 끝에 5대4로 승리, 다저스의 우승이 확정된 뒤 현지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은퇴한다는 걸 시나리오로도 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우리가 정말 우승했어?" 정년 퇴직 직전까지 일한 커쇼, LAD 프런트…
클레이튼 커쇼가 월드시리즈 7차전서 연장 11회 불펜에서 사사키 로키와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흥미로운 건 커쇼는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불펜에서 연습 피칭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커쇼는 "솔직히 몰랐다. 불펜포수(조시 바드)가 날 쳐다보더니 '우리가 방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어'라고 말해줬는데, 난 '정말이야?'라고 했다"고 밝혔다.

커쇼는 연장 11회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난조를 보일 경우 다음 투수로 등판할 수 있었다. 열심히 불펜피칭을 하고 있는데 알레한드로 커크의 땅볼을 유격수 무키 베츠가 더블플레이로 연결해 우승이 확정됐다.

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장면을 보지 못했고, 선수들이 한데 엉킨 축하 세리머니에 뒤늦게 합류했다. 그렇다고 기쁨과 감격이 배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커쇼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너무 고맙고 올시즌 내 커리어가 이렇게 영광스럽게 끝났다는 것은 내가 바란 것 이상이다. 오늘 우승이 정말 충격적일 정도"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야마모토가 커크를 병살타로 잡지 못했다면 다음 타자가 왼손 돌튼 바쇼였기 때문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를 불러올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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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와 맥스 먼시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커쇼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딱 한 번 등판했다. 3차전서 연장 12회초 5-5 동점에 2사 만루의 위기. 네이슨 루카스와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막아내며 연장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다저스는 연장 18회말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으로 6대5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월드시리즈 흐름을 바꾼 결정적 승리였다.

커쇼가 커리어 마지막 등판서 가장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보탠 셈이다.

그는 "그게 다저스타디움이든, 마지막 타자이든, 대본으로 그렇게 쓸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멋진 경기였다. 그 상황에서 날 써준 감독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침을 겪었지만 나를 계속해서 믿어주셨다는 게 의미가 크다"며 로버츠 감독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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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가 월드시리즈 3차전서 연장 12회초 위기를 벗어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커쇼는 월드시리즈를 커리어 마지막 무대로 장식한 역대 4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될 전망이다. 1951년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 1953년 양키스 쟈니 마이즈, 196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에디 매튜스가 선례들이다.

커쇼는 "월드시리즈 7차전이 내가 뛴 마지막 경기였다고 남은 인생에서 얘기할 수 있게 됐다. 그걸 대본으로 쓸 수는 없다. 88마일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해도 우승을 해냈다. 커리어를 끝내는데 있어 완벽했다"고 했다.

이날 우승 세리머니 직후 커쇼는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으로부터 구단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커쇼는 "내가 매달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정중히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커쇼의 아내 엘렌이 곧 다섯째를 출산하기 때문이다.

커쇼는 "나에게 우선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다섯째 아이를 갖게 돼 한동안 아빠로 있고 싶다. 당장은 풀타임으로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커쇼에게 남은 메이저리그 공식 스케줄은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일이다. 5년 후인 2031년 자격 첫 해에 100%에 가까운 득표율로 쿠퍼스타운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통산 3번의 사이영상과 5번의 평균자책점 타이틀, 3052개의 탈삼진, 10번의 올스타, 그리고 3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라면 이견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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