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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은인이야. 평생 잘 해드려!'
김혜성이 소속된 LA다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대4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월드시리즈 내내 벤치만 지키던 김혜성도 최종 무대에서 끝내 그라운드를 밟는 영광의 순간을 경험했다.
다저스가 5-4로 역전한 뒤 이어진 11회말 수비이닝.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김병현을 2루 대수비로 투입했다. 9회초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에 이어 9회말 1사 만루 위기 때 땅볼 타구를 잡아 정확한 홈송구로 끝내기 실점을 막아낸 선발 2루수 미겔 로하스가 갈비뼈 쪽에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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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애디슨 바저의 볼넷 이후 알레한드로 커크가 유격수 앞 병살타를 치면서 경기가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김혜성은 우승의 순간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환호하는 어엿한 '우승 멤버'가 되어 있었다.
지난해 말 포스팅으로 LA다저스와 5년간 최대 2200만달러(약 315억원)에 계약한 김혜성이 최고의 해피엔딩으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감한 순간이다. 이후 김혜성은 계속된 우승 세리머니에서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과 환호했고,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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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해피엔딩의 시발점은 1년 전, 오타니 쇼헤이의 충고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팅에 처음 나섰을 때 LA다저스 말고도 LA에인절스가 파격적인 제안을 보낸 적이 있다. LA 에인절스는 김혜성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포함된 총액 2800만달러(약 401억원) 짜리 계약을 내밀었다. LA에인절스에 가면 주전 2루수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김혜성과 같은 에이전트 소속인 오타니가 김혜성에게 다저스행을 권유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에이전트 측의 권유로 오타니가 김혜성에게 '함께 뛰자'는 식의 일반적인 충고를 한 것처럼 보였다. 김혜성은 고민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팀 다저스행을 택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에서는 주전은 커녕 메이저리그 진입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김혜성은 강팀을 원했다.
이 선택은 1년의 시간이 지나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오타니가 김혜성의 에인절스행을 막은 진짜 이유도 드러났다.
오타니는 심각한 LA에인절스의 실체를 알고 있었기에 김혜성에게 다저스로 오라고 한 것이었다. 과거 6년간 에인절스에서 투타겸업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오타니는 에인절스가 투자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더그아웃 문화도 최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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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혜성이 이런 분위기의 에인절스에 갔다면 가혹행위의 대상자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마이너리그를 전전하거나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도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오타니가 김혜성을 수렁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은인인 셈이다. 김혜성으로서는 커리어의 운명을 좌우할 충고를 해준 오타니에게 평생 고마움을 전해야 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