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KIA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건국.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7/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가 위기에 버텨준 베테랑을 대우해 줬다. 우완 투수 김건국이 모처럼 큰 폭으로 연봉을 올렸다.
김건국은 지난해 연봉 45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6500만원에 사인했다. 인상률은 44.4%. 필승조로 기여도가 컸던 정해영(3억6000만원→3억원)은 연봉이 삭감되고, 전상현(3억원→3억1000만원)은 소폭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구단이 김건국을 훨씬 후하게 대우해 줬다고 볼 수 있다.
김건국은 지난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3패, 1홀드, 46이닝, 평균자책점 6.85를 기록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 1.65, 피안타율 0.311 등 세부 지표를 봐도 단편적으로는 연봉 인상자가 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올겨울 내내 깐깐한 행보를 이어 온 KIA가 왜 김건국에게는 후했을까. 지난해 6월 말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가 팔꿈치 염증으로 장기 이탈했을 때 대체 선발투수로 힘을 보탠 게 컸다.
처음에는 열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빠진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군에 왔는데, 뜻하지 않게 올러가 이탈하면서 예상보다 1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설상가상으로 7월 초 좌완 윤영철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더더욱 김건국을 빼기 어려워졌다. 후반기부터 이의리가 복귀했는데도 구멍이 채워지지 않았다.
올러가 복귀한 8월부터는 불펜에서 롱릴리프로 힘을 보탰다. 원래 롱릴리프를 기대했던 황동하가 교통사고 부상으로 빠져 있어 김건국이 해줘야 할 몫이 컸다.
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KIA전. KIA 선발투수 김건국이 1회를 1실점으로 막은 후 기뻐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6/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KIA 김건국이 롯데 레이예스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지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6/
비록 김건국의 성적표는 초라한 쪽에 가까웠지만, 6월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김건국이 버텨주지 못했다면 안 그래도 과부하가 걸린 마운드 상황이 더 참담해질 뻔했다. KIA는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낸 베테랑에게 모처럼 큰 보상을 했다.
김건국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방출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 NC 다이노스,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까지 여러 팀을 전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2021년 시즌 뒤 롯데에서 방출되면서 1년 동안 소속팀이 없어 은퇴 위기에 놓였었지만, 절실하게 버틴 끝에 KIA 입단 테스트 기회를 얻어 2023년 입단했다.
김건국은 화려하진 않아도 KIA 마운드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해는 김건국의 몫이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2차 드래프트로 한화 이글스에서 영입한 우완 투수 이태양이 올해 김건국의 임무를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 황동하 김태형 등 선발투수와 롱릴리프가 가능한 어린 투수들도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태양과 황동하 김태형은 일본 아마미오시마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김건국은 제외됐다.
1차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가 곧 좌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처럼 언제 또 구단이 절실히 김건국을 찾는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김건국은 올해도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14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KIA 김건국이 역투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