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의 또다른 영웅들, 질롱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질롱포커스]

최종수정 2026-02-02 05:51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구자욱 트레이너코치의 열정적인 지도. 사진제공=KT 위즈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힐리어드의 훈련을 돕고 있는 이현명 통역. 사진제공=KT 위즈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훈련에 나선 KT 영건즈. 사진제공=KT 위즈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단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팀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려면, 음지에서 이들을 지탱하는 또다른 영웅들이 필요하다.

KT 위즈는 호주 질롱에서 2026시즌 스프링캠프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6년만에 가을야구 실패를 맛본 KT는 남다른 기분으로 새 시즌을 준비중이다. 올해야말로 반드시 가을야구,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언성 히어로(unsung hero)'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외국인 선수들을 돌보는 통역부터 부상을 관리하는 트레이너,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불펜포수, 그리고 훈련과 일상을 담아내는 위즈TV(유튜브) 촬영팀까지 모두 한마음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선수가 순조롭게 한국 생활에 적응한다면 능력있는 통역이 반드시 필요하다. 말이 통역이지 운전기사 겸 일상 전체를 관리하는 비서, 한시즌 함께 하는 사실상 동반자의 역할을 겸한다. KT에선 2020년부터 통역을 맡아온 이현명 통역이 팀내 최고참이다.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로하스와 쿠에바스에 이어 올해는 힐리어드를 담당하는 이현명 KT 통역. 김영록 기자
그는 "경기 뿐 아니라 야구 외적인 생활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우리팀 성적이 나한테 달렸다는 책임감도 있다"며 웃었다. 후배 통역사들을 위한 조언으론 "말을 전달하는 건 기본이고, 우린 외국인 선수와 우리 선수단 사이의 문화적 연결고리다. 선수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 잘 알아야 좋은 통역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팀엔 없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와 윌리엄 쿠에바스는 진짜 내 형제 같다. 스스로의 행동도 잘 관리하고, 젊은 선수들도 잘 챙겨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해 샘 힐리어드도 문화에 대한 존중을 잘 아는 선수다."

구자욱 트레이닝코치는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하는 핵심 인력이다. KT에 몸담은지 10년, 트레이너를 시작한지 15년 됐다는 그는 "부상자 한명 없이 캠프를 마치고,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도록 돕는게 매년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목표다. 선수들과 24시간 소통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KT 스프링캠프에는 구자욱 코치를 비롯해 총 5명의 트레이너(이진호 강권민 김재상 정경섭)가 불철주야 함께 하고 있다.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구자욱 KT 트레이닝코치. 김영록 기자

"캠프가 시즌 때보다 더 피곤하다. 웨이트를 일찍 하는 선수들은 새벽 6시 30분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 공식 일정은 9시 30분인데, 우린 새벽부터 밤 야간운동까지 체크해야한다. 근무시간이 보통 12시간 정도다. 선수가 '별것 아닌데'라고 느끼더라도 우리가 얘길 들어보고, 상태를 살펴보고 '검사 한번 받아보자' 해서 큰 부상이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 꽤 있다."

결국 부상은 지쳤을 때 온다. 선수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트레이너들이 중요한 이유다. 지쳤다 싶으면 코치진에 훈련을 빼주도록 요청하는 것도 트레이닝팀의 일이다.

구자욱 코치는 "뼈나 근육 문제 말고도 감기 같은 건강상태까지, 개개인별 상태를 다 알고 신경을 써야한다"면서 "단순히 약만 먹고 끝날지 아니면 진짜 병원을 가야할지, 또 선수들이 싫어하더라도 인정하고 그렇게 하도록 설득하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투수조 트레이닝. 사진제공=KT 위즈
KT 유튜브 '위즈TV'는 두명의 젊은 PD가 맡고 있다. 각각 '큰PD(3년차)'와 '작은PD(2년차)'로 불린다.

출근시간은 오전 8시쯤. 아침부터 야간 훈련까지 다 찍고 나면 밤 8~9시쯤에야 숙소에 돌아온다. 유튜브 폭풍 업로드를 위해선 다시 백업하고 편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상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 만큼 시즌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다고.

그래도 KT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게 고맙다.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2024년부터 '위즈TV'를 맡고 있는 큰PD는 "찍기 싫다는 말보다 '왜 나는 안 찍어주냐'는 항의가 많다. 우리 어디 갈거니까 카메라 주세요, 방 털기 콘텐츠 찍어올게요 하는 선수들도 있다. 젊은 팀의 장점"이라며 웃었다. 자신의 첫 가을야구를 떠올리며 "나도 KT라는 팀의 일원이구나 강렬하게 느꼈던 순간"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이연준 투수 통역은 사우어-보쉴리 두 사람을 모두 담당한다. 사진제공=KT 위즈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사학과 출신인 작은PD에겐 첫 직장이다. 올해는 40도를 넘나드는 호주의 폭염 때문에 두피가 화상을 입었다. 그는 "제대로 데이고 나선 꼭 모자가 달린 겉옷을 입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개인 시간은 좀 부족하다. 시즌도 길다보니 주변을 챙기기 힘들다"면서도 "워낙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니까, 팬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성취욕이 엄청나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돌아봤다.

불펜포수 김민석은 한때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영남대 시절 2019년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출전, 황성빈 최준용(이상 롯데 자이언츠) 최지훈(SSG 랜더스) 강재민(한화 이글스) 소형준 강현우(KT) 등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인 드래프트 미지명 후 2020년 KT 불펜포수를 맡았다. 우승 시즌인 2021년엔 군복무를 했고, 전역 후 다시 KT로 복귀했다.


40도 폭염에 두피 화상 → 24시간 비상대기까지…"우리가 있기에" KT…
바쁜 일상 속 잠시 휴식을 취하던 KT 불펜포수 조하선과 김민식(오른쪽). 김영록 기자
수많은 투수들의 공을 모두 받아주고, 컨디션을 체크해 보고하는가 하면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경기전에는 배팅볼 투수를 소화하고, 경기중에는 투수의 워밍업을 돕는다. 퇴근은 팀내에서 가장 늦다. 김민석은 "투수에게 뭔가 조언을 할 때 조심해야한다. 투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포수다운 고충을 토로했다.

KT는 올해 리그 최강으로 손꼽히는 선발진에 탄탄한 불펜까지 더해 막강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김민석은 "지난번 우승 때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오늘도 질롱의 밤은 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또다른 영웅들 덕분에 KT 선수단은 새 시즌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