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발진은 진작에도 막강했다. 하지만 불펜의 '양' 부족은 6년만의 가을야구 실패라는 좌절을 낳았다.
올해는 다르다. KT 위즈는 호주 질롱에서 한달넘게 치른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불펜 강화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검증된' 외인들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부진에 발목잡힌 KT다. 올해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다 바꿨다.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좋은 기량의 선수들이다.
맷 사우어-케일럽 보쉴리 외인 원투펀치의 뒤를 받칠 고영표 소형준 역시 든든하다. 오원석과 배제성도 5선발이라기엔 눈부신 기량의 투수들이다.
다만 불펜이 승리를 힘있게 지켜주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KT에서 가장 많은 홀드를 올린 선수는 원상현(14개)이다. 그 뒤를 손동현(13개) 김민수(11개) 우규민(9개) 이상동(5개) 전용주(4개) 등이 이었다.
이들중 필승조의 존재감이라고 볼 수 있는 60경기, 60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한명도 없다. 그나마 원상현(52경기 57이닝) 손동현(58경기 58⅔이닝) 김민수(58경기 52⅔이닝) 우규민(53경기 44⅓이닝)이 50경기를 넘겼다.
원상현. 스포츠조선DB
다만 전반기에 쾌투했던 원상현 손동현이 후반기 들어 힘에 부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6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 이상동에게 무게가 쏠린 이유다. 전용주는 충수염 수술 이후 부진했고, 김민수는 월별로 기복이 심했다. 우규민은 대체로 꾸준했지만, 불혹을 넘긴 투수인 만큼 많은 이닝을 맡기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마무리 박영현(67경기 69이닝)에게 부담이 쏠렸다. 지난해 35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했지만, 박영현의 구위는 한창 호평받던 시절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 그러다보니 블론과 구원 실패가 쌓였고, 결국 KT의 가을야구 탈락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투수의 질은 나쁘지 않았는데, 양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박영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강철 감독이 가장 아쉬워한 지점이자, 올해 가장 다를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결국 우승팀 LG 트윈스가 그랬듯, 두터운 허리라인을 갖추는게 성적과 직결된다는 분석.
박지훈. 사진=KT 위즈
원상현 손동현 등 기존 필승조와 1순위를 경쟁할 투수로는 신인 박지훈이 첫손에 꼽힌다. 최고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에 고교 시절 익힌 '킥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곁들인다. 박지훈은 "처음엔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서클체인지업을 연습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구종을 찾다가 연습하게 됐다. 이젠 승부처에서도 자신있게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선 지난해 코디 폰세(전 한화 이글스)가 잘 쓰던 구종이다. 이강철 감독은 '박지훈의 마구'라고 부르며 여러차례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지훈과 더불어 눈길을 끈 선수가 아시아쿼터 스기모토 코우키다. 스기모토 역시 최고 140㎞대 후반의 직구에 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스플리터로 합격점을 받았다. 두 선수는 멜버른 에이시스와의 평가전에도 등판, 나란히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승혁. 사진제공=KT 위즈
강백호의 FA 보상선수로 합류한 베테랑 한승혁도 필승조로 활약할 전망. KT는 지난해 연봉이 9600만원이던 한승혁에게 일약 3억원의 연봉을 안겼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KT 불펜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상으로 다소 아쉬웠던 투수들도 올해 만개를 꿈꾸고 있다. 이상동은 2024년에는 전반기에 당한 발목 부상에 고전했고, 지난해에도 후반기부터 본격 가동됐다. 8월 한달간 15경기에 등판하며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였고, 시즌 평균자책점 2.49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올해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서야한다.
충수염 수술 이후 감을 놓쳤던 전용주 역시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다. 2019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이래 거듭된 부상에 시달리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 그다. 드래프트 동기 노시환이 11년 307억원의 매머드급 계약을 터뜨린 올해, 전용주 역시 수술 전까지 보여줬던 필승조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칼을 갈고 있다. 매년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입단 당시 130㎞ 후반이던 직구 구속을 150㎞대까지 끌어올린 노력파다.
전용주. 사진제공=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신인과 유망주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캠프"라며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팀 전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4일 귀국한 KT 선수단은 25일 오전 다시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로 떠났다. WBC 국가대표팀,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등과 5차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한편 내야수 김건휘 안인산 임상우, 좌완투수 고준혁은 1차 캠프를 마친 뒤 퓨처스팀 캠프로 이동한다. 대신 내야수 손민석이 새롭게 이강철 감독에게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