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타자 농사는 철저하게 '경력직' 우대다.
시즌 초반이자만 한국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과 투수들의 볼 배합에 익숙한 기존 선수들이 맹타를 휘두르는 반면, 화려한 이력서를 들고 온 신입생들은 매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헐값의 선수가 고액 연봉의 외국인 타자를 압도하는 흥미로운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 타율 순위표 상위권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독식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방망이는 한화 이글스의 요나단 페라자다. 페라자는 현재 3할7푼7리이라는 압도적인 타율로 리그를 폭격 중이다. 페라자는 엄밀히 말해 재계약은 아니다. 2024년 한화에서 뛰었고 2025년에는 계약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5년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2할7푼1리로, 외국인 타자치곤 저조한 타율을 기록하자 한화는 다시 페라자를 택했다. 1년만에 돌아온 한화에서 페라자는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뒤를 '잠실의 맹수' LG 트윈스 오스틴 딘(3할7푼3리)이 바짝 쫓고 있으며,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3할5푼6리)와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3할3푼8리) 역시 재계약 선수의 품격을 보여주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미 KBO리그의 '현미경 분석'을 견뎌냈다는 점이다. ABS 스트라이크존까지 파악하고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유인구에 속지 않으며, 자신의 스윙을 유지해 초반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와 생활 환경까지 완벽히 녹아들면서, 별도의 적응기 없이 시즌 초반부터 불을 뿜고 있다.
반면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은 선수들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있다. 'KBO리그의 매운맛'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두산 베어스 다즈 카메론(2할1푼1리1)은 멘도사 라인을 간신히 넘기며 1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키움 히어로즈 트렌턴 브룩스(2할7푼1리) 역시 변화구 대처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외국인 타자 타율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KIA 타이거즈 해럴드 카스트로도 2할7푼1리, 체면치레는 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타격 생산력으로 벤치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미국 무대에서의 이름값은 온데간데없이, KBO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와 느린 변화구에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예외도 있다. KBO 경력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 3년 차를 맞이한 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은 현재 타율 2할2푼이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져있다. 계약 첫해인 2024년 3할6리, 지난 해 2할9푼3리를 기록하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렸기에 충격이 더 크다. 2023년부터 줄곧 3할 타율을 사수했던 4년차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2할7푼3리) 역시 올해는 유독 방망이가 무겁게 돌아가며 에이징 커브를 의심받고 있다.
특이한 점도 눈에 띈다. KIA 타이거즈 호주 출신 아시아쿼터 제리드 데일은 정식 외국인 선수인 카스트로를 성적으로 완벽하게 누르고 있다. 카스트로는 무려 90만 달러(약 13억 2800만원)를 받고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데일은 카스트로 몸값의 6분의 1 수준인 1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타율 3할2푼7리를 기록하며 '가성비 갑'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름값과 몸값이 성적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야구계의 오랜 격언이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타자 판도에서 그대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KBO리그 외국인 타자의 성공 열쇠는 '실력'만큼이나 '적응력'과 '간절함'에 달려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