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손주영 선수는 이미 능력으로만 봤을 때 저보다 훨씬 좋은 투수입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삼성 라이온즈의 '수호신' 김재윤(36)이 베테랑 구원왕의 품격을 보여줬다.
2위 추격자의 무서운 기세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타이틀 경쟁 자체보다는 오직 자신만의 목표인 '30세이브'를 향해 가겠다는 쿨함을 보였다.
김재윤은 지난달 30일 창원 NC전에서 3시즌 만에 삼성 이적 후 첫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구원 부문 단독 1위. 2일 창원 NC전에 김백산의 KBO 통산 두번째 육성선수 데뷔전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출격했던 김재윤은 3일 인천 SSG전에서 2점 차 승리를 지키며 21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의 은퇴로 현역 통산 세이브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재윤은 214세이브로 한화 구대성과 함께 역대 최다세이브 공동 5위로 올라섰다.
20세이브 달성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재윤은 "정말 잘하고 싶었던 시즌이었는데 잘 풀리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아직 20개를 먼저 달성하긴 했지만 갈 길이 멀다. 좀 더 많은 세이브를 올려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김재윤이 다시 강력한 구위로 부활한 비결은 겨울내 철저한 준비에 있었다. 그는 "지난 겨울 직구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45㎞ 이상 나올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려고 했다"며 "작년 초반에 구속이 140㎞ 초반대에 머물면서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스피드가 올라오니 볼끝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포크볼' 무기도 강화했다. 팀 동료들과의 협업이 있었다. 김재윤은 "스피드를 올린 뒤 포크볼을 다듬는 데 집중했다. 팀 동료 (이)승현이와 김태훈이 포크볼을 워낙 잘 던진다. 태훈이는 워낙 포크볼이 좋은 친구라 많이 물어봤고, 승현이와도 캠프 내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배웠다. 변화구 쪽에서는 포크볼을 중점적으로 연마했다"고 전했다.
비결을 공유하며 함께 구속이 부쩍 빨라진 이승현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괌 스프링캠프에 먼저 들어가서 승현이랑 같이 캐치볼을 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캐치볼 단계부터 스텝을 밟고 막 소리를 지르면서 겨울부터 몸 상태를 100%로 만들려고 함께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재 구원왕 레이스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3일 현재 19세이브 2위 LG 트윈스의 손주영이다.
선발에서 마무리를 전환한 손주영은 구원왕 타이틀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으며 김재윤을 2걸음 차로 맹추격 중이다.
후배의 구원왕 도전 의지에 베테랑 김재윤은 "모든 마무리 투수라면 다 그런 욕심이 있지 않겠나"라고 운을 뗀 뒤, "손주영 선수가 던지는 걸 자주 보는데 정말 너무 잘하더라. 마무리를 안 해본 선수인데도 대단하다. 위기관리 능력도 좋고 멘탈도 강하다. 공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경쟁할 만한 후배가 아니라, 이미 능력으로만 봤을 때는 저보다 훨씬 훌륭하고 잘하는 친구"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쟁쟁한 후배의 추격이 자극제가 되냐는 질문에는 베테랑 특유의 초연함이 묻어났다. 김재윤은 "사실 경쟁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세이브라는 보직 특성상 기회가 막 왔다가도 한동안 안 오는 경우도 많다"며 "순위 싸움에 연연하기보다 그냥 하루하루 컨디션 관리를 잘하면서 내 앞에 온 기회에서 한 개씩 차곡차곡 쌓아가자는 생각 뿐"이라고 답했다.
생애 첫 구원왕 기회가 찾아왔지만 "구원왕 욕심이 왜 없겠나. 하지만 내가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타이틀보다는 개인적으로 다시 한번 '3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는 게 올 시즌 가장 첫 번째 목표"라고 선을 그었다.
경쟁자의 활약을 존중하는 베테랑의 품격과 흔들리지 않는 뚝심. 김재윤의 꾸준함이 이어질 수록 삼성의 뒷심이 점점 더 강해질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