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무사 만루 연속 삼진쇼에 취해도 되겠지.
두산 베어스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충격의 5대6 역전패를 당했다. 7회 강승호가 박정훈 상대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릴 때만 해도 행복했다. 하지만 8회 믿었던 필승조 김택연이 무너지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최하위 팀에게 당한 역전패는 1패 이상 아픔이었다.
그래도 4일 키움전을 접전 끝 승리로 장식하며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3위 KT 위즈, 4위 KIA 타이거즈가 같은 날 모두 지며 승차를 줄였다. 6위 한화 이글스까지 패해 5위인 자신들과 격차가 벌어져 일석이조.
하지만 이날도 불안했다. 특히 7회가 대위기였다. 7-4로 앞서고 있었는데 최근 눈부신 호투를 해주던 이용찬이 서건창에게 안타, 임지열에게 사구 출루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데이비슨 상대 이용찬의 초구 포크볼이 완전히 낮게 빠지자, 두산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선택한 카드가 김택연.
사실 초강수였다. 가장 강한 투수가 위기 때 나오는 게 왜 초강수냐. 전날 난타를 당한 패전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 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깔끔하게 이닝, 타자가 정리된 상태에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무사 1루 1B, 그것도 2년 전 홈런왕을 상대로 던져야 하는 상황이니 제 아무리 김택연이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데이비슨 상대 연속 3개의 볼을 뿌렸다. 제구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볼넷. 무사 1, 2루.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는 대위기.
하지만 김택연은 김택연이었다. 4번 히우라 삼진이 압권이었다. 2B2S 상황서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153km 대포알 직구를 바깥쪽으로 꽂았다. 헛스윙 삼진. 자신감을 얻은 김택연은 전날 결승 희생 플라이어의 주인공 안치홍까지 바깥쪽 직구로 삼진 처리했다. 완벽하게 위기를 넘기는 순간. 이어 등장한 박찬혁이 김택연 상대 정타를 만들었지만 유격수 땅볼. 이날은 전날 김택연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2년 전 신인 시즌 돌직구를 뿌리던 김택연 그 모습이었다.
김택연은 화려한 신인 시즌을 거친 뒤 지난 시즌부터 고전하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 자리를 꿰찼지만, 구위와 제구가 흔들렸다. 올해는 부상까지 있었다. 때문에 마무리 자리도 이영하에게 내주고, 7~8회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올 때마다 불안하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무려 6.10이다. 이 10경기에서 9경기는 1이닝, 딱 1경기만 1⅓이닝을 던졌는데 단 한 번도 삼자범퇴로 막은 경기가 없다. 안타를 맞지 않은 건 2경기 뿐. 그 2경기도 볼넷이 있었다. 그나마 불같은 구위로 위기 때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겨우 넘어가는 식이었다. 이 기간 탈삼진이 13개였다. 딱 1경기 빼고 매 경기 삼진 기록이 나왔다.
우리가 아는 김택연은 히우라와 안치홍을 연속 삼진 처리할 때의 그 모습이다.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해 소위 '볼질'을 하며 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하고, 안타와 볼넷을 주는 게 아니다.
일단 충격 패전 후, 화끈한 방어로 분위기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만약 박찬혁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 실점이 됐다면 이 경기 뿐 아니라 김택연의 전체 시즌이 꼬일 뻔 했다. 김택연이 제 모습을 찾아야 두산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언젠가는 김택연이 마무리 자리로 돌아가야 그게 최고의 시나리오가 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