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통산 32승의 현역 메이저리거의 명성. 명불허전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새로운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30)이 압도적인 피칭으로 KBO 리그 데뷔전을 장식하며 파란을 예고했다.
페덱은 지난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1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5대0 승리를 이끌었다. 페덱의 눈부신 호투에 힘입어 삼성은 3연승을 달리며 2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2.5로 벌렸다.
삼성은 지난 11일 부상 대체 외인으로 활약하던 잭 오러클린과의 계약 연장 대신, 메이저리그 통산 32승 경력을 자랑하는 크리스 페덱과 47만 3333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빅리그 132경기(선발 119경기)에서 32승 43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한 거물급 투수의 합류. 삼성의 우승 숙원을 풀어줄 우승 청부사였다.
페덱은 이날 최고 152km의 패스트볼과 150km의 투심, 빠르게 흘러나가는 날카로운 커터(최고 146km), 낙차 큰 체인지업과 커브 등 현란한 구종 다양성과 무브먼트로 롯데 타선을 무력화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덱은 자신의 왼팔에 새겨진 강렬한 사자 문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의 왼팔뚝에는 푸른 눈을 가진 사자 얼굴이 새겨져 있다. 마치 삼성 라이온즈로의 이적을 예견한 듯한 묘한 운명적 만남을 시사하는 상징.
페덱은 "특별한 연관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멋진 우연의 일치(Pretty cool coincidence)"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사자는 저의 영적 동물(Spirit animal)이자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제게 사자는 겁이 없고 용맹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태도(Courage, fearless, relentless attitude), 밀림의 왕을 의미한다"며 스스로의 투쟁심 고취를 위한 상징적 의미를 설명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운명적 매치도 설명했다.
페덱은 "원래 제가 파란 눈을 가지고 있어서 문신 속 사자에게도 푸른 눈을 넣어 포인트를 줬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팀 이름이 '라이온즈'고, 팀 컬러 역시 파란색이더라. 푸른 눈의 사자 문신과 파란색을 쓰는 삼성 라이온즈가 이렇게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기분 좋은 우연이다. 진정 운명처럼 느껴졌다"며 신기해 했다.
완벽한 구위와 제구력, 경기를 지배하는 피칭 템포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우승 청부사의 모든 조건을 데뷔전에 증명해 낸 페덱.
이런 완벽한 우연이 또 있을까.
페덱은 삼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 중 "팬분들 뿐 아니라 여기 왔을 때 팀 동료들도 우승을 하고 싶다는 그런 갈망이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2014년도가 마지막 우승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올해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운명적 만남 속 KBO리그에 상륙한 우승청부사. 진짜 일을 낼 지도 모르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