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벌금 안 내는 대신 빨리 계약하라고 했는데."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19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앞서 파격 발언을 했다. 대체 불가 중견수 김호령에게 빨리 팀과 비FA 다년계약에 합의하라고 압박 아닌 압박을 한 것. 공짜로 바란 것은 아니다. 이 감독 김호령의 벌금까지 없애줬다.
김호령은 전날 SSG전 12대2 대승의 주역이었다. 6타수 3안타 1도루 3득점을 기록, 부상인 박재현을 대신해 1번타자의 임무를 해냈다.
다만 KIA 구단에서 금기시하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1루수 왼쪽 땅볼을 치고 SSG 선발투수 토마스 해치보다 먼저 1루에 도달하기 위해 과감히 슬라이딩했다. 김호령의 손이 1루에 먼저 닿아 내야안타가 됐지만, 벌금이 우려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부상 위험이 높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금기시하는 구단이 더 많고, KIA는 내부적으로 벌금도 정해뒀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감독과 선수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정해 봐도 꽤 큰 금액이다.
김호령은 경기 뒤 "뛰다가 다리로 들어가면 늦을 것 같아서 이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더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원래 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했다"며 "(벌금은) 이겨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분에 따라야 하는데, 사실 내 판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빠를 것 같아서 하긴 했다. 아마 감독님이 판단하지 않으실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김호령에게 벌금을 물었는지 묻자 "아니다. 벌금을 안 내는 대신에 빨리 계약하라고 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 감독은 이어 "전까지는 호령이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는 것을 못 봤다. 안타 하나가 팀에 필요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부상을 당하면 큰일이니까. 외야에서 슬라이딩을 하면 잔디니까 문제가 없지만, 1루는 베이스를 태그하면서 짚어야 하고 또 흙이라 부상이 걱정돼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빠른 선수들은 살 것 같으면 본능적으로 자꾸 하게 되나 보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호령은 전날 수비로 더 빛났다. 5-2로 앞선 5회말 1사 1루에서 박성한의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김호령이 다이빙해 뜬공으로 처리해 놀라움을 안겼다. 김호령은 포구 직후 1루로 송구해 2루까지 갔다가 급히 귀루하던 1루주자 정준재까지 포스아웃시켰다. 병살로 이닝이 종료된 덕분에 KIA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올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지금 공수주에서, 요즘 (김)호령이가 뭐 하나 하면 자꾸 이슈가 된다. 자꾸 이슈가 안 돼야 하는데"라며 김호령의 주가가 날로 치솟는 상황을 경계했다.
이 감독은 이어 "마지막에 다다다다 뛰다가 큰 발로 타이밍을 딱 맞춰서 잡더라. 그 차이다. 타이밍 맞추는 게 확실히 잘하는구나 싶었다. 그 타구가 빠졌으면 슬라이딩을 했기 때문에 박성한이면 3루까지 갔을 것이다. 5-4까지 쫓길 확률이 높았다. 그랬다면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 하나로 팀 자체 분위기도 바뀌었고, 본인도 6회에 선두타자로 나가서 안타를 치는 계기도 됐다. 그런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자체가 고맙다. 내가 지금까지 본 플레이 중에 두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비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