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전날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른 삼성 라이온즈의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30)의 구위에 혀를 내둘렀다.
김태형 감독은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참 좋더라"며 운을 뗀 뒤, "어제 경기 전에는 (전력 분석 영상을) 안 봤다고 했지만, 내가 안 봤겠나. 다 봤다"면서 "솔직히 어떻게 보면 만만할 것 같기도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페덱은 전날인 18일 대구 롯데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괴물 같은 피칭으로 삼성의 5대0 승리와 함께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볼카운트 싸움의 완패… "던지고 싶은 대로 다 던졌다, 전부 투나싱"
김태형 감독이 꼽은 페덱의 가장 무서운 점은 완벽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카운트 싸움이었다. 전날 롯데 타자들은 페덱의 칼날 제구에 밀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김 감독은 "어제는 투수가 자기 던지고 싶은 대로 다 던졌다"며 "카운트 싸움에서 어제 전부 투나싱(2스트라이크 노볼)이더라"고 복기했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
페덱의 신체 조건과 독특한 투구 폼에서 나오는 압도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체구도 좋은 데다 키도 크고 릴리스 포인트가 굉장히 길더라. 익스텐션(투구 시 공을 끌고 나오는 거리)을 길게 쭉 가져와서 던진다"라며 "공이 떨어지는 각이 다 비슷한 각도에서 형성되면서 떨어지고 휘고, 체인지업도 그렇게 떨어지니 타자들이 공략하기 정말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150km 직구에 현란한 변화구 조합… "알고도 참기 힘든 공"
롯데 타선이 페덱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삼진을 당한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타자들을 탓하기보다 페덱의 구위 자체를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단순히 체인지업 하나만 좋아서 속은 게 아니다. 다른 구종이 너무 훌륭하다"라며 "쓱 가볍게 던질 때만 147~148km 수준이지, 직구 구속은 기본적으로 150km대를 던지겠더라. 여기에 커터와 커브까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구종들을 거의 완벽하게 던지더라"며 감탄했다.
그는 "150km짜리 빠른 직구가 들어온 다음에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타자가 딱 참아내기는 힘들다. 참는다기보다 비슷한 공에 배트가 따라 나가다 떨어지니 빗맞거나 건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페덱의 탁월한 볼 배합과 구위를 거듭 인정했다.
상황에 따른 영리한 주자 억제까지… KBO 최고 지략가도 인정한 '진짜 에이스'
메이저리그 통산 32승의 베테랑답게 마운드 위에서 상황에 따라 투구 템포를 조절하는 영리함도 김태형 감독의 눈에 띄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칭찬했던 페덱의 짧은 퀵모션에 대해 김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 감독은 "퀵모션도 상황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가져가며 던지더라. 주자나 상황에 따라 크게도 던졌다가,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짧게 끊어서 던지기도 했다"라며 페덱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짚었다.
실제 페덱은 6회 2사 후 리그 최고 대도 황성빈을 1루에 놓고 투구템포를 길고 짧게 변화를 줘가며 도루 타이밍을 억제했다. 집중 견제가 없었음에도 황성빈은 선뜻 스타트를 끊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KBO 리그에서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을 겪어본 베테랑 사령탑 김태형 감독마저 "만만치 않다"며 고백하게 만든 크리스 페덱. 적장의 극찬 섞인 경계심 속 삼성의 새로운 에이스가 베일을 벗었다. KBO 리그 판도에 몰고 올 파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