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맞대결.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전날 단 하나의 득점권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0-5로 완패했던 롯데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선두 전민재과 고승민의 볼넷으로 2사 1, 3루 첫 스코어링 포지션이 완성됐다. 타석에는 롯데에서 가장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레이예스가 들어섰다. 위기를 직감한 삼성 배터리가 마운드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가질 만큼 긴장감이 흐르던 순간.
'개와 늑대의 시간'에 갇힌 라팍… 평범한 뜬공 시야에서 놓친 김현준의 좌절
삼성 선발 원태인은 레이예스를 상대로 147km짜리 강력한 몸쪽 직구를 초구에 던져 중견수 방면의 평범한 뜬공을 유도해 냈다. 이닝이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오후 6시 42분, 라팍 하늘은 비를 흩뿌린 뒤 구름이 가득 차오른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낮도 밤도 아닌, 공과 하늘색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이른바 '개와 늑대의 시간'이었다.
타구를 쫓던 중견수 김현준이 갑자기 양팔을 벌렸다. 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신호. 결국 낙구 지점을 놓친 공은 김현준의 앞쪽에 뚝 떨어졌고, 그 사이 3루 주자와 1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롯데가 행운의 선취점을 얻으며 2-0으로 앞서나갔다. 기록은 2타점 중전 2루타였지만 김현준은 머리를 감싸 쥐며 극심한 괴로움에 빠졌다. 홈 백업을 갔던 선발 원태인 역시 하늘을 슬몃 올려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진 한동희의 추가 적시타까지 터지며 스코어는 3-0까지 벌어졌다. 공수 교대 후 김현준은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선배 원태인을 따라가 고개를 숙였고, 원태인은 후배의 실수를 웃음으로 다독이며 넘겼다.
위기의 후배 구한 캡틴의 한방… 구자욱,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3-3 균형
후반기 첫 선발이자, 군 복귀 후 세번째 선발 출전했던 김현준. 자책감에 어쩔 줄 몰라하며 타석을 준비했다. 곤경에 빠진 후배를 위해 '캡틴' 구자욱이 나섰다.
삼성은 3회말 반격에서 곧바로 기회를 잡았다. 선두 심재훈의 안타와 앞선 수비에서 실수를 범했던 김현준이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 나가며 2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 선 캡틴 구자욱은 롯데 선발 김진욱의 148㎞ 초구 가운데 직구를 거침없이 밀어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0m 의 동점 3점 홈런. 순식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짜릿한 동점 스리런포였다.
전날 1회 결승 투런포에 이은 이틀연속 홈런포이자 시즌 10호 홈런. 이 홈런으로 구자욱은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이어갔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만든 치명적인 실책성 플레이.
연승 분위기가 넘어갈 뻔했던 삼성은, 후배의 무거운 마음을 풀어준 캡틴 구자욱의 결정적 한방 덕분에 단숨에 분위기를 되찾아왔다.
마운드 위 원태인도, 머리를 싸맸던 김현준도 다시 미소를 찾게 해준 중요한 한방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