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눈물나더라.' 키움 히어로즈 팬들의 말이다.
키움이 한화 이글스와 4시간 9분의 혈투를 벌인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1만6566명이 들어찬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8회 한순간 한숨으로 가득찼다.
4경기 연속 선취점을 얻을 때까지만 해도 키움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1-0으로 앞서던 3회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돌아섰다. 시작부터 제구가 잡히지 않아 고전하던 '고교 루키' 선발 박준현은 4사구 7개를 남기고 4실점한 후 3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연이어 4회와 5회 2점씩을 내주며 점수차는 7점차까지 벌어졌다. 누가 봐도 패색이 짙어진 느낌.
6회 키움은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 선발 '레전드' 류현진이 흔들리는 사이 케스턴 히우라와 임병욱 박찬혁이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고 대타 김동헌이 2타점 적시타로 류현진을 강판시켰다. 하지만 바뀐 투수 장유호도 임지열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류현진의 책임주자 박찬혁이 홈을 밟아 8-4. 그래도 아직은 4점차, 승부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숫자다.
여기에 한화는 6회 다시 1점을 더해 점수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약속의 8회. 한화 마운드에는 강재민이 들어섰다. 하지만 강재민은 아웃카운트 하나없이 안타와 볼넷, 사구만을 남기고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상규로 교체됐다. 임지열은 이상규에게 3구 삼진을 당하며 물러났지만 대반전 드라마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여동욱의 대타로 등장한 서건창이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더했다. 그리고 최재영의 3루 땅볼을 이날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던 3루수 노시환이 놓쳤다. 9-6. 키움 팬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투수는 조동욱으로 바뀌었지만 김웅빈 사구, 히우라 적시타. 안치홍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점을 더하며 승부의 균형추가 맞춰졌다.
9회부턴 투수전. 한화는 박상원으로 3이닝을 버텨내며 점수를 지켰고 키움은 박정훈, 박지성, 가나쿠보 유토로 이어지는 물량전을 펼치며 연장 11회까지 진행된 혈투를 끝냈다.
한화에게는 뼈아픈 무승부이고 키움에게는 승리 못지 않은 무승부다. 다 졌던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어 내며 패전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움은 후반기 첫 주말 4연전을 '3승1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고척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타선이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다. 전반기까지 키움의 팀 타율은 2할3푼4리. 9위 롯데 자이언츠(2할6푼)와도 꽤 차이가 나는 10위였다.
하지만 후반기 팀타율은 3할1푼이다. 삼성 라이온즈(3할1푼7리)에 이어 2위다. 그토록 바라던 홈런도 4경기에 5개나 터졌다. 임병욱은 한화와의 4연전중 3경기에 출전해 7타수 5안타의 무서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맷 데이비슨은 16타수 8안타(1홈런), 히우라가 20타수 17안타로 '2용타' 카드도 확실히 통했다. 이제 이 상승세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57패로 인해 '꼴찌 탈출'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세라면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