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최근 10경기 10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ERA) '0.00'의 대행진. 전날(1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예고에 없던 연장 11회 3연투 상황에서도 황급히 유니폼을 고쳐 입고 올라와 1이닝을 완벽하게 지워버린 아시아쿼터 최고의 복덩이 가나쿠보 유토(27). KBO리그 데뷔 무대였던 대전에서의 악몽을 딛고 히어로즈의 '수호신'으로 진화한 유토를 바라보는 사령탑 설종진 감독의 시선에는 강한 신뢰가 녹아있었다.
설종진 감독은 19일 유토가 리그 초반의 부진과 시행착오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왜 지금 '난공불락의 괴물'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설종진 감독은 유토가 합류하던 시점부터 그의 잠재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함께 땀을 흘리며 유토가 가진 패스트볼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 감독은 "유토가 캠프 때 합류해서 던지는 것을 보고 '포심 패스트볼만큼은 한국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라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KBO리그 타자들의 정교함과 현미경 분석이 유토를 괴롭혔다.
"문제는 변화구 제구였다. 이 변화구 제구가 시즌 내내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얼마나 정교하게 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시즌 초반에는 본인이 변화구에 확실한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제구가 흔들리다 보니 브레이킹 볼의 궤적이 다소 밋밋하게 들어갔고, KBO리그 전력분석팀들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 팀들이 '유토는 직구 위주로만 노려 치면 된다'는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들어오다 보니 초반에 유토가 다소 흔들리고 고전했던 것"
실제로 유토의 데뷔전이었던 대전 한화전 성적이 좋지 못했던 배경에는, 변화구의 둔탁함을 파고들어 오직 패스트볼 타이밍 하나만 보고 방망이를 돌린 한국 타자들의 정교한 수싸움이 있었다.
하지만 유토는 주저앉지 않고 빠르게 한국 야구에 녹아들며 자신의 피칭 매커니즘을 수정했다. 설종진 감독이 짚은 유토의 진짜 부활 비결은 확실한 '세컨 피치'와 '서드 피치'의 장착, 즉 제구력의 안정이었다. 설 감독은 "직구 일변도에서 벗어나 예리한 슬라이더 카운트 잡기가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낙차 큰 포크볼까지 완벽하게 결정구로 구사하기 시작했다"며 "변화구 제구가 맞아떨어지니까, 타자들 입장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변화구를 의식하니 유토가 뿌리는 153km/h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타자들 눈에는 훨씬 더 빠르고 위력적으로 살아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종진 감독의 말대로, 유토의 성장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만들어진 기록이 아니다. KBO리그 타자들의 집요한 직구 노려치기 분석을 역이용해,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제구력을 칼날처럼 갈고닦아 자신의 153㎞ 강속구를 최고의 무기로 둔갑시킨 '진화의 결과물'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