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에서 선수로 뛴 적이 없는, 구단 훈련 보조 직원이 일본 프로팀에서 육성선수가 되는 꿈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본프로야구 NPB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난 14일 한국인 포수 이건희(26)와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건희는 올시즌 NPB 2군에 참가하는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에 소속돼 있었다. 이건희가 요미우리에서 받은 등번호는 009. 연봉은 공식 발표되지 않지만 약 400만 엔(약 3655만원) 정도로 추측된다.
이건희는 경북고 야구부 시절 동기인 원태인(삼성)과 배터리를 이뤘고, 단국대에서는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뛸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때 신인 드래프트 때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건희는 대학교를 졸업한 2023년, NC 다이노스에서 훈련보조 직원(불펜 포수)으로서 일하기 시작했다. C팀(퓨처스팀)을 담당한 이건희에 대해 당시 NC 퓨처스팀 매니저는 이렇게 회고했다.
"대학교 졸업 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훈련보조 직원으로 팀에 합류를 했고, 군입대를 마무리하거나 그 전에도 한 번 더 선수로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욕심을 보였습니다."
훈련보조 직원은 팀 훈련 시작 전에 미리 훈련장에 나와서 장비를 준비한다. 퓨처스팀의 경우 경기개시 시간이 주로 오후 1시고,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훈련보조 직원은 경기가 열리기 3~4시간 전에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건희는 팀 훈련을 하기 전에 먼저 운동을 하고, 팀 훈련이 끝나고도 마무리 운동을 할 정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NC 전 퓨처스팀 매니저).
그런 이건희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D팀(3군) 이 대학팀과 연습경기(비공식전)를 할 때 우리 D팀의 인원이 모자랄 경우 당시 육성팀장님과 필드 코디네이터가 건희에게 기회를 줘서 시합에도 나갈 수 있도록 구단에서 나름의 배려도 했었습니다." (NC 전 퓨처스팀 매니저)
이건희는 NC에서 한 시즌동안 직원으로 생활한 뒤 군입대 했다.
그는 군 복무 기간 일본어를 공부했고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2025년 가을, 드디어 이건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야테 구단이 선수 트라이아웃 개최를 발표한 것. 하야테는 작년 시즌을 끝으로 포수 4명이 팀을 떠나 포수가 한 명도 없는 이례적인 상황이 됐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건희는 하야테에 선수로 입단했다.
이건희는 올 시즌 NPB 2군경기에 30경기 출전했다. 하야테에는 요미우리 구단에서 파견된 선수들이 있었고 마침 요미우리 구단 간부가 하야테에 있는 자신들의 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가 이건희가 뛰는 모습을 보게 됐다. 요미우리는 부족한 포수 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이건희와의 계약을 결정했다.
야간 경기를 앞둔 낮에 그라운드에서 캐치볼을 하는 훈련 보조 직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추어 선수 출신인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가끔 "야구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대부분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20대 초반 직원의 경우 선수에 대한 미련을 느낄 때가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이건희의 요미우리 입단을 보고 그렇게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건희를 요미우리에 보낸 하야테 구단은 곧바로 포수 트라이아웃 실시를 발표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