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여기서 경기를 진행하다 선수들이 다치면 문제다."
김시진 경기감독관은 22일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수원KT위즈파크 그라운드를 살펴본 뒤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야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밟으면 푹푹 꺼지는 수준이었기 때문.
결국 관계자들과 상의 끝에 김시진 감독관은 오후 4시 40분 그라운드 사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미 전날 우려했던 일이다. 5회부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던 가운데 KT가 2-1로 앞선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천 중단이 결정됐다. 77분을 기다린 끝에 오후 9시41분 경기가 재개됐고,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2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다.
수원KT위즈파크를 관리하는 김상훈 그라운드정비소장은 전날 경기 재개를 적극적으로 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그라운드 정비만 30년 이상 한 베테랑.
김 소장은 "방수포를 깐 상태로 경기를 끝내야 한다. 방수포를 걷어서 그라운드가 다시 비에 젖으면 앞으로 이틀도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시진 감독관은 "지금 아예 그라운드 정비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 방수포를 새로 깔 수도 없는 상황이다. 햇빛이 나고 땅이 마르면 경기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지금 밟으면 엄청 깊이 들어간다. 전날 정비를 하면서 새로 깐 모래들이 다 뜬 상태다. 비가 오지 않을 때 다 파내고 다시 정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스타 기간 감독자 회의에서 다시 정했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이 감독은 "이번 감독자 회의에서 30분 기다리고, 날씨 상황에 따라서 20분 더 기다려도 안 될 것 같으면 취소를 결정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규칙을 정했으면 반영이 돼야 하는데, 아쉬운 것이다. 그라운드 관리 소장님께서도 방수포를 걷는 순간 앞으로 이틀은 경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KT는 부상자도 나왔다. 1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현수가 수비 과정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허벅지 근육이 놀라는 증상으로 교체됐다. 이날 경기를 진행했다면, 김현수는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이 감독은 "미끄러우니까 다리가 쭉 뻗어졌다고 하더라. 또 미끄러지면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바꾼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비 오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우리가 이기고 있었다면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다만 우기면서 강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순리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다. 요즘 비구름 레이더를 보고 경기를 할지 안 할지 판단하는데, 예전에는 30분으로 정해졌던 기준이 최근에 조금 모호해졌던 게 사실이다. 감독자 회의에서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고 했다. 첫 번째가 팬들을 위해서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하게 강행했을 때 좋아하는 선수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양보가 아닌 이해가 필요할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