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슈터 이정현은 만년 2인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프로 입단 때부터 시작됐다. 2010년 연세대를 졸업한 이정현은 드래프트 1순위를 차지한 팀 동료 박찬희에 이어 2순위로 KGC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신인답지 않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신인왕의 주인공은 박찬희였다. 간판슈터로 성장한 지난 시즌에는 팀을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려놨다. 강력한 압박수비를 주무기로 구사한 팀 사정상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전이었다. 경기에 먼저 나서지 않았다 뿐이지 팀 외곽 공격은 전적으로 이정현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이정현이 받은 상은 '식스맨상'이었다. 국가대표 선발 때도 항상 최종 경합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매번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이정현은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최고 슈터의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정현은 '스포츠조선 제정 2012~2013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1월 월간 MVP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을 수상하게 됐다.
1월 이정현은 조용한 강자의 모습이었다. 확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전 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거뒀다. 10경기 평균 14득점으로 득점 랭킹 11위에 올랐다. 조성민(KT), 박경상(KCC), 최진수(오리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톱10에 들었다. 토종 선수로서 엄청난 득점력을 뽐냈다는 뜻이다. 특히, 주특기인 3점슛은 경기당 2.1개를 성공시켜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바운드 기록. 평균 5.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전체 19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20위권 내 가드, 포워드 포지션은 이정현이 유일하다. 이정현은 "부상 선수가 많아 궂은 일을 많이 하자는 생각이었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어시스트도 2.7개를 기록하며 웬만한 포인트가드들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 성적만 놓고 보자면 이정현보다 좋은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MVP에 선정될 수는 없는 법이다. 팀 공헌도에서 이정현이 월등했다. KGC는 1월 치른 10경기에서 6승4패의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공적인 한 달이었다. KGC는 1월 첫 3경기를 모두 상대에 내줬다. 12월 일정을 포함,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자칫하면 6강에서도 멀어질 수 있는 대위기였다. 이 때 팀을 살린게 이정현이었다. 부상 선수가 많아 평균 33분11초의 출전시간을 유지하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정확한 3점포를 성공시켰다.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서도 앞장섰다. 그렇게 연패 후 4연승을 거둔 KGC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6강 안정권에 진입한 상황이다. 그는 "부상 선수가 많은 팀 사정상 공격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1월 초에는 팀이 연패에 빠져 힘들었다. 하지만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자고 선수들끼리 결의했다.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궂은 일부터 시작하자고 마음 먹은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정현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꼭 우승컵을 다시 한 번 들어올리고 군에 입대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한 이정현. 지금의 모습을 이어간다면 국가대표 슈터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