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 좌절된 신한은행, 아름다운 퇴장과 희망

최종수정 2013-03-12 10:57

오는 15일부터 시작하는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지게 됐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맞붙게 된 것. 대신 '레알 신한'으로 불렸던 신한은행의 이름이 6년만에 챔프전에서 사라졌다.

지난 2007년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내리 6시즌동안 여자농구를 평정했던 신한은행의 거침없는 행보는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미 정규리그 1위를 우리은행에 내주며 통합 7연패가 무산됐던 신한은행은 11일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생명에 패하며 챔프전 7연패 도전에도 실패했다.

이를 두고 '왕조의 몰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그 어느 해보다 올 시즌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리고 견뎌냈다.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가장 큰 충격은 통합 6연패를 함께 일궜던 위성우-전주원 두 코치의 갑작스런 우리은행으로의 이적이었다. 임달식 감독을 보좌했던 '양 날개'가 한꺼번에 꺾이면서, 선수들은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신한은행을 속속들이 알게된 우리은행에 1위를 허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내부적인 변화는 이뿐이 아니었다. 단장과 사무국장, 트레이너 등 프런트까지 시즌 중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팀의 안정감은 떨어졌다.

또 올 시즌을 앞두고 5년만 부활한 외국인 선수제도 신한은행이 맞닥뜨린 도전 과제였다. 명분은 좀 더 화려하고 재밌는 농구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지만, 신한은행의 통합 7연패 도전을 어떻해든 막아보겠다는 발로이기도 했다.

어쨌든 신한은행의 독주가 여자농구의 인기와 재미를 방해한다며 다른 팀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일종의 '평등주의'는 달성된 셈이다. 신한은행은 당초 영입하려던 타메라 영이 부상을 이유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일이 꼬였다. 대체 선수로 뽑았던 캐서린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는데다 팀 컬러와 맞지 않는 바람에 신한은행은 하락세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또 오랫동안 계속된 1위에 대한 스트레스와 피로감, 그리고 일부 선수들의 매너리즘으로 인해 팀은 전체적으로 활력을 잃어갔다.

이는 결국 시즌 중 유례없는 주전 3대3 트레이드라는 '충격요법'으로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KDB생명에 강영숙, 이연화, 캐서린을 내주고 조은주, 곽주영, 로빈슨을 영입했다. 통합 6연패의 주역이었던 강영숙과 이연화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한 것은 골밑 플레이가 약한 캐서린으로는 특히 단기전에서 싸우기 힘들다는 임달식 감독의 판단 때문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등장으로 국내 최장신 센터 하은주의 위력이 반감된 것도 또 다른 원인이었다.


당연히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기존 멤버들과 손발이 맞지 않았고,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내 모양새를 갖추면서 시즌 막판 7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에선 역시 쉽지 않았고, 결국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앰버 해리스를 앞세웠던 삼성생명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는 법, 신한은행은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조은주와 곽주영은 시즌 막판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명 조련사'로 불리는 임 감독의 손길이 더해질 경우 다음 시즌 기량 업그레이드가 기대된다. 이들의 영입과 동시에 주전 가드 최윤아의 뒤를 받치는 김규희의 성장으로 자연스레 리빌딩도 완성됐다. 또 선수들은 하은주 없이도 경기를 버텨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할 수 있는데, 잘 뽑는다면 하은주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수 있게 된다.

임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챔프전을 코트가 아닌 관람석에서 보게 됐다"고 웃으며 "너무 힘든 한 시즌이었다. 선수들도 고생이 많았다. 아쉬움은 많지만, 모두 잊고 내년 시즌을 위해 다시 뛰겠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전무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통합 6연패를 뒤로 하고 신한은행의 '신화 창조'는 내년 시즌부터 다시 시작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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