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프로. 농구는 왜 '프로의식'이 결여됐을까

최종수정 2013-03-13 07:34

6강 고의 탈락과 승부조작 혐의. 너무나 느슨한 프로농구다.

기본적인 문제점은 철저한 '프로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농구장을 찾아온 팬보다는 선수끼리, 감독끼리의 관계가 더 중시된다.

따지고 들어가보면 KBL(프로농구연맹)이 기본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조성했다. KBL은 프로리그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결과 아마팀은 계속 줄어들었고, 장기적으로 프로농구 전체 판을 갉아먹었다. 물론 아마육성지원금을 제공하지만, 전시행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올 시즌 경희대 '빅3'를 잡기 위해 6강 고의 탈락 논란이 벌어졌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아마무대에 쓸만한 선수가 없다'는 의미다. 아마농구 발전을 등한시한 KBL의 근시안적 행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대표적인 예다. 쓸만한 선수가 없다보니, 스타급 선수의 경우 'FA 대박'을 터뜨린 뒤 몸관리를 느슨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KBL이 10개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 경쟁은 유도했을까. 현실은 반대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낮춘 것(수준이 형편없는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서 경기 자체의 질이 떨어졌다)이나 FA 연봉 상한제(샐러리캡의 30%가 최대한도. 원 소속팀에서 30%의 연봉을 제시하면 다른 팀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정말 어이없는 제도다. 왜 이런 결정이 이뤄졌을까.

기본적으로 KBL의 가장 중요한 의결기구는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다. 그들은 모기업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재임 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만 골몰하기 쉽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 투자에 최대 효과다.

물론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는 소수의 구단도 있다. 하지만 이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당연히 그들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반면 투자에 소극적인 몇몇 구단은 쾌재를 부른다. 샐러리캡 하한선을 채우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리빌딩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런 구단 운영의 분위기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다. '프로의식'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기본적으로 몇몇 스타들을 제외하곤 구단의 눈치를 봐야 한다. 쓸만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구단의 리빌딩 정책에 의해 강제로 옷을 벗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방팀의 베테랑 A모 선수는 식스맨으로서 충분한 기량을 갖췄지만, 은퇴하라는 구단의 압력이 들어왔다. 다른 팀에 내줄 경우 전력의 보탬이 될 수 있었기 때문. 결국 우여곡절 끝에 수도권팀에 둥지를 틀었는데, 그나마 잘 풀린 케이스다.

자연히 실력이나 경쟁보다는 개인적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희한한 분위기로도 이어진다. 농구에선 야구나 축구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왕왕 벌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 전날, 그것도 정규시즌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두고 양팀 감독이 사적으로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가 프로의 기본인 극단적 경쟁을 방해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지켜보는 팬들부터 맥빠지게 만든다. 전쟁을 앞둔 당사자들이 엉뚱하게도 '친목'을 다지고 있는 판에 보는 사람이 긴장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의 프로농구는 사실상 무늬만 프로다. 그 책임은 농구인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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