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과 아이들' 패했지만 진정한 승자 되다

최종수정 2013-04-09 11:31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안양 KGC와 서울 SK의 경기가 열렸다. SK가 승리를 거두며 3승1패로 챔프전에 진출했다. KGC 이상범 감독. 안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4.07/

SK와 KGC의 4강 플레이오프. 승자는 정규리그 1위 SK였다. 하지만 시리즈 종료 후 농구팬들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 팀은 패자 KGC다. 선수들의 부상, 체력고갈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서 맞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 팬들이 원하는건 단순한 승리가 아닌, 코트에서 모든걸 쏟아내는 프로의 모습이었다. 패자 KGC는 그렇게 진정한 승자가 됐다.

덕장 이상범 감독, 지장으로서의 면모도 과시

디펜딩챔피언 KGC. 하지만 이번 시즌 KGC를 상위권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괴물이라고 불리우던 센터 오세근이 개막 전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고, 가드라인의 대들보 박찬희가 군에 입대했다. 차-포를 떼고 시즌을 맞이한 것과 다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즌 중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다. 특히, 골밑 자원인 김일두, 김민욱이 모두 나가떨어진 것이 뼈아팠다. 오죽하면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유소년 코치로 보직을 옮긴 김광원을 복귀시킬 생각까지 했을까.

하지만 KGC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상범 감독은 최현민, 정휘량 키가 큰 두 포워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높이에 대한 열세를 극복했다. 득점력이 좋은 후안 파틸로를 과감히 버리고 키브웨 트림 카드를 꺼내든 것도 성공했다.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 등 주전선수들의 체력 과부하를 막기 위해 매경기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체크하며 식스맨들을 활용했다. 잦은 선수교체로 팀이 흔들릴 수 있었지만 모든 라인업에 대한 맞춤형 전술을 준비했다.

덕장으로 평가받았지만 "좋은 선수들 덕분에 우승했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랐던 이 감독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통해 그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냈다. 물론, 덕장으로서의 면모도 끝까지 잃지 않았다.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이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1분 30여초를 남기고, 이 경기가 현역 마지막 출전이 되는 은희석을 코트에 투입시켰다. 점수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추격을 시도해야 했던 감독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깡패공사'라던 비아냥 쏙 들어가게 한 선수들 투혼

KGC 선수들은 훌륭한 기량을 갖춘 것 뿐 아니라 젊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팬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구설에 오르는 것도 그들의 운명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 유독 많은 일들이 있었다. 터프한 수비가 장기인 양희종은 상대선수와의 충돌이 이어지며 '더티 플레이'라며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깔끔한 경기매너로 유명한 김태술도 상대선수 '팔꿈치 구타'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29일 창원 LG전에서 상대 킥볼 상황에 대해 선수들이 거칠게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심판의 욕설 논란이 일어나며 본의 아니게 뜨거운 감자의 주인공이 도기도 했다. 일부팬들은 인삼공사의 모기업명을 빗대 '깡패공사'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외모와는 달리 내성적인 선수들은 그 과정에서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많은 상처를 받으며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투혼을 통해 KGC 선수들의 이미지는 확 달라졌다. 정규리그를 끝마치자마자, 이틀 간격으로 연속 9경기를 치렀다.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응급실에 실려가고 링거는 밥먹 듯이 맞았다. 하지만 코트에만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악착같이 뛰어다니며 투혼을 불살랐다. 부상까지 이어졌다. 특히, 김태술은 발목을 절뚝거리면서도 전태풍(오리온스), 김선형(SK) 등 특급 가드들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들의 투혼도 빛났다.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허리를 다친 김성철은 사실상 4강에서 뛸 수 없는 몸상태였지만, 어려운 팀 사정상 진통주사를 맞고 경기 출전을 감행했다. 그렇게 마지막 4차전에서 8득점 하며 끝까지 상대를 괴롭혔다.

신인 최현민은 주눅들지 않고 공-수를 이끌어 치진 형들을 뛰게 하는 힘을 제공했다. 그렇게 하나의 팀으로 시즌을 끝마쳤다. 많은 팬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패자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