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너트린 유재학 "수비의 승리다"

기사입력 2013-08-01 22:04


남자농구에서 중국은 한국에 높은 '벽' 같은 존재였다. 중국의 세계랭킹은 11위. 한국(33위)보다 22계단이 높다. 또 신장에서 중국이 우세하다. 농구는 종목 특성상 키가 열세면 버거울 수밖에 없다. 1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시작된 2013년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중국 엔트리(12명)의 평균 신장은 2m2로 한국(1m94) 보다 8㎝ 컸다. 이처럼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에 밀렸다.

그런 중국을 한국이 한편의 드라마를 쓰며 제압했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의 '한국형 농구'가 통했다. 한국 선수들은 유 감독이 구상한 강력한 전진 압박 수비와 많은 움직임으로 중국의 공격을 온몸으로 차단했다. 그는 "수비의 승리다. 작은 신장의 어려움을 극복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이란을 만나더라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사령탑으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중국에 두번 패하면서 높은 벽을 실감했다. 예선에서 10점차(66대76)로 졌고, 결승전에서도 박빙의 경기를 했지만 6점차(71대77)로 무릎을 꿇었다. 유 감독은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중국에 제대로 설욕을 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중국을 제압한 것은 1997년 준결승전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최소 3위 내에 들어야 내년 스페인 월드컵(구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셈이다.

한국은 1쿼터서 강한 압박 수비로 중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13-15로 불과 2점차 뒤진 채 끝냈다. 김주성과 김종규가 골밑에서 중국의 장신 공격수들을 차단했다. 특히 NBA에서 뛰었던 이젠롄(2m12)을 협력수비로 막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2쿼터 초반 베테랑 센터 왕즈즈를 투입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왕즈즈는 움직임이 둔해 예전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압박 수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골밑을 이종현이 지켰다. 이젠롄이 파고들면 이종현과 이승준이 순식간에 에워쌌다. 그가 파고들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가드 김선형은 2쿼터 중반 상대 공을 가로채 전광석화 같은 원핸드 덩크슛을 터트렸다. 경기장을 찾은 농구팬들은 키가 크지 않은 김선형(1m85)의 덩크슛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유재학 감독은 "김선형이 기대이상으로 공격 뿐아니라 수비에서 적극적으로 잘 했다"고 칭찬했다.

중국의 뒤를 계속 추격한 한국은 3쿼터 막판 처음으로 42-41로 역전했다. 4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김선형이 개인기를 이용해 레이업슛을 성공시켰고 그 과정에서 얻은 추가 자유투까지 림에 넣었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김선형의 슛이 림을 맞고 나온 것을 김주성이 팁인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은 3쿼터를 46-42로 앞섰다.

4쿼터는 환호와 아쉬움이 수차례 교차했다. 한국은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동점(48-48)을 허용했다. 이젠롄의 돌파에 골밑이 뚫렸다. 이후 끌려가다 김주성을 투입해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양동근의 자유투로 2점을 앞서갔다. 경기 종료 40초를 남기고 다시 57-57 동점을 허용했지만, 조성민이 경기 종료 30초 사이에 자유투 4개를 성공시키며 만리장성을 무너트렸다. 최종 스코어는 63대59, 4점차 승리였다. 베테랑 김주성이 15점으로 최다 득점했다. 이젠롄은 23득점을 했지만 팀 패배로 고개를 떨궜다. 한국의 조별예선 2차전(2일) 상대는 또 다른 우승후보 이란이다.
마닐라(필리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