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프로농구 미디어데이가 6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각팀 감독과 선수들이 올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06/
무조건 득점이 늘어난다고 해서, 식어버린 농구 열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한국농구연맹(KBL)이 파격 결정을 내렸다. KBL은 6일 이사회를 갖고 2015~2016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이 2, 4쿼터 동시에 코트에서 뛸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단, 2명 중 1명은 1m93 이하의 선수를 찾아야 한다. 현 외국인 선수 제도는 2명 보유, 무조건 1명 출전이다. 신장 제한은 없었다.
KBL이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프로농구에 득점이 부족하고, 이 득점 부족이 인기 하락의 주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이 이를 해결해줄 카드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개인 기량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코트에 서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득점이 늘어날 확률은 높아진다. 한 선수의 키 제한을 둔 것은 가드, 포워드 포지션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로 눈요기도 시켜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사회 결과 발표 전 열린 2014~2015 시즌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이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10개 구단 감독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국내 선수들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국제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였다. 몇몇 감독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주가 아니었다. 부정적 의견을 드러내기 위한 서론에 불과한 정도였다. 토종 선수들이 뛸 시간이 줄어들면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안되고, 장기적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육성,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었다. 한국농구는 외국인 선수가 동시에 2명을 뛰던 시절 토종 센터 수혈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키가 큰 유망주 선수들이 모두 외곽 플레이 배우기에 열을 올렸다. 프로에 가봤자 외국인 선수들 때문에 코트에 설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삼성 썬더스 출신 이규섭이 대표적인 예다. 1m97로 고려대 센터 플레이어였던 이규섭은 프로에서 최고의 슈터로 거듭났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였다.
KBL이 현장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시대에 현실성 없는 대안을 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면 이를 최대한 농구 발전이 될 수 있도록 하는게 맞다. 어떻게 보면 경기 자체로만 놓고 볼 때,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들어서면 확실히 플레이에 활력은 넘칠 수 있고, 득점도 늘어날 수 있다. 어차피 정해진 규정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면 조금 더 현실성을 가미할 필요가 있다.
신장 제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m93.한국 선수들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결코 작은 키가 아니다. 특히, 신체적 능력이 훨씬 좋은 흑인 선수들을 감안하면 1m93의 키로 우리나라 1m90대 후반 선수들과도 1대1로 너끈히 승부를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 프로농구를 호령한 조니 맥도웰은 정확한 미들슛 능력도 있었지만, 결국 튼튼한 상체를 바탕으로 한 포스트 플레이로 재미를 본 선수였다. 그런 맥도웰의 키도 겨우 1m94였다. 이런 신장 제한으로는 멍청한 구단이 아니면 최대한 키가 큰 선수로 선발을 할 것이다. 결국 1m92~3 정도의 선수들이 몰린다면 기존 외국인 센터 1명에 이 선수들이 3~4번 포지션에서 활약할 확률이 높아진다. 퓨어 슈터나 스코어러라면 모를까, 골밑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트 플레이가 능한 선수를 찾은 팀이라면 외국인 2명으로 주야장천 골밑 플레이를 노릴 수 있다. 팬들은 단순히 고득점 경기를 원하는게 아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에서 계속해서 골을 넣어봤자 무슨 의미인가. 재미없다. 또, 우리 선수들은 받아먹는 플레이만 해야해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감독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KBL이 제도를 바꾸는 의도를 살리려면, 외곽 플레이어들이 필요하다. 프로 초창기 SBS(KGC 전신) 제럴드 워커 스타일이면 좋다. 아니면 여지껏 본 적 없는, 출중한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갖춘 포인트가드도 좋다. 포인트가드가 약한 팀들이 신장 압박에서 벗어나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 프로농구 현실상 1m90대의 화려한 가드 테크니션은 데려오기 힘들다. 이런 선수들은 우리 규정으로 데려올 수 없는 상위리그에서 뛸 선수들이다. 차라리, 테크니션의 합류를 원한다면 신장 기준을 조금 더 낮출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각 팀들이 골밑 보강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