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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불을 뿜었다. 동부 산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1쿼터=태종대왕의 부활
이번 시리즈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로드 벤슨과 김주성의 몸 상태다. 벤슨은 발 부상, 김주성은 무릎 부상이 있다.
이날 스타팅 멤버에 김주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기 전 동부 김영만 감독은 "25분 정도 출전시간을 보고 있다"고 했다. 아직 체력적인 부담감이 있다는 의미다.
벤슨의 움직임은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 수비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때문에 초반 오리온은 이승현 김동욱 등이 연이어 골밑을 자신있게 돌파했다. 12-4. 그러자 동부 벤치는 김주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첫번째 공격이 실패했다. 김주성이 벤슨에게 패스, 더블팀이 들어오자 박지훈에게 바로 연결됐다. 오픈 3점슛을 박지훈이 놓쳤지만, 벤치의 김영만 감독은 박수를 쳤다. 드디어 공격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때부터 동부는 추격을 하기 시작했다. 시즌 막판 슛 컨디션이 올라오던 박지훈이 3점슛 1개를 포함, 연속 7득점.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김주성이 3점포를 성공시켰다. 결국 3분32초를 남기고 16-18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좋은 휴식을 취했다. 문태종이 망설임없이 2차례 올라간 3점포, 그대로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장재석의 스틸에 의한 레이업 슛, 1.8초를 남기고 잭슨의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다시 35-21, 14점 차 리드. 동부는 반격의 기회를 잡았지만, 오리온 슈터들의 컨디션이 너무나 좋았던 1쿼터다. 특히, 문태종은 정규리그와 다른 움직임으로 강력한 3점포를 터뜨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2쿼터='미친' 두경민의 반격
동부 맥키네스는 흥분했다. 2쿼터 반격의 선봉이 되어야 할 선수였다. 하지만 그림같은 앨리웁 슛을 성공시킨 뒤, 헤인즈의 공을 스틸하려 했다. 문제는 헤인즈가 아직 공격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크니컬 파울.
상징적인 장면이다. 동부 맥키네스가 흥분하면서 추격의 흐름이 끊어졌다. 게다가 상대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줬다.
기본적으로 오리온은 전방위적으로 터졌다. 슛 감각이 매우 좋았다. 시즌에 1~2번 있을까 말까한 슛 적중률. 조 잭슨의 3점포와 최진수의 3점포가 잇따라 터졌다. 반면 동부는 잇따라 실책을 범했다. 맥키네스의 테크니컬 파울은 마치 동부의 무너짐의 전조현상 같았다.
3분51초를 남기고 56-35, 21점 차. 여기에서 조금만 더 가면 동부가 아예 백기를 들 수 있는 상황.
이때 김주성의 자유투 2방과 맥키네스의 바스켓 카운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두경민이 미치기 시작했다. 두 방의 3점포를 거침없이 넣었다. 0.3초를 남기고 결정적 2득점. 결국 61-50, 11점 차 오리온의 리드. 하지만 동부는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두경민의 '미친 활약" 덕분이었다.
●3쿼터=조 잭슨이 터진 이유
허 웅의 3점포가 터졌다. 동부의 공격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골밑에 투입되는 시점에서 실책이 많았던 전반전(실책 8개). 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벤슨이 착실한 패스로 쉬운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오리온의 골밑 아킬레스건이 드러내 주는 장면. 3쿼터 6분30초를 남기고, 오리온이 더블팀을 하자 김종범이 외곽에서 오픈 3점포를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60-66, 6점 차.
하지만, 동부는 이때 결정적인 파울로 혼란에 빠졌다. 두경민의 4반칙. 외곽의 활동력을 담보해 주는 카드는 두경민과 허 웅이다. 그래야 조 잭슨의 드리블 돌파를 최대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두경민이 빠져 나가면서, 동부는 박지현이 들어왔다. 외곽의 활동력이 확실히 위축됐다.
이때 잭슨의 3점포가 터졌다. 박지현의 드리블을 스틸한 이후 곧바로 속공 덩크. 문태종과 잭슨의 속공이 이어졌다. 약 2분 만에 오리온은 태풍같은 9득점. 다시 75-60, 15점 차까지 벌어졌다.
오리온의 강렬한 슈팅 감각은 계속 이어졌다. 이승현의 3점포와 문태종의 3점포가 터졌다. 결국 83-68, 15점 차의 오리온 리드. 3쿼터가 그렇게 끝났다.
●4쿼터=필요없었던 헤인즈
오리온은 좋은 준비가 1차전의 좋은 컨디션으로 이어졌다.
확실히 오리온의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특히 포워드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부의 대인방어, 지역방어를 모두 무력화시켰다. 특히 동부의 활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더블팀은 오리온에게 매우 좋은 사냥감이었다.
가용 인원이 풍부한 오리온은 4쿼터 아예 헤인즈를 제외시켰다.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 별다른 공백이 없었다. 오리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동부는 체력적 부담이 큰 벤슨을 제외시켰다. 김주성과 맥키네스가 골밑을 지켰지만, 오히려 오리온 장재석에게 잇단 공격리바운드를 허용했다.
6분31초를 남기고 두경민이 5반칙 퇴장을 당하는 악재를 맡기도 했다. 결국 점수 차는 점점 벌어졌다. 6분17초를 남기고 94-73, 21점 차.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오리온은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헤인즈와 잭슨의 공존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워낙 포워드진의 슛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공격 자체가 물 흐르듯이 흘렀다.
동부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1차전처럼 속도전을 펼쳐서는 오리온에게 승산이 없다. 골밑이 강점인 동부는 경기 템포를 늦추면서 착실한 골밑 노림수와 거기에 따른 외곽 찬스로 오리온을 서서히 압박해야 한다. 때문에 동부는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냉정을 잃었다. 공격적 수비로 파울을 양산했고, 3쿼터까지 무려 14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부정확한 패턴을 남발했다. 동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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